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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 유전자’ 비밀 풀었다

조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04 21:10

수정 2008.12.04 21:10

한국인 유전체(게놈)의 30억쌍 전체 염기서열이 해독돼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로 인해 유전체 서열을 바탕으로 한 ‘맞춤의학 시대’가 성큼 다가올 것으로 전망된다.

가천의대 이길여암당뇨연구원(원장 김성진 박사)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센터장 박종화 박사)는 한국인 유전체의 전체 염기서열 지도를 완성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인간 유전체 전체 염기서열이 해독된 것은 2007년 미국 크레이그 벤터 박사와 지난 4월 미국 제임스 왓슨 박사, 지난 11월 중국 양후안밍 박사에 이어 4번째다. 유전체 분석엔 김성진 원장의 유전체가 사용됐다. 그간 우리나라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저장돼 있는 서양인 표준유전체(reference genome)를 사용했다.


■한국인 특성 유전인자 발굴

이번 연구진은 완성된 한국인 유전체 염기서열 지도가 한국인만의 유전적 특성 분석과 질병관련 유전인자 발굴 등에 기여하고 일반 대중의 개인 유전체 서열 해석을 통한 유전의학, 맞춤의학 실현을 앞당기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세대 의대 백융기 교수는 “한국인 유전체 염기서열 해석으로 맘춤형 질병 분자의학 시대 개막은 물론 질병단백질 발굴과 신약 개발을 앞당길 전기를 마련했다”며 “사람마다 다른 특이 질병유전자의 존재빈도나 질환요인 유전자를 탐색, 질병예측과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상시시스템이 마련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한국인 유전체 전체 염기서열을 성공적으로 해독한 것은 인간게놈프로젝트(HGP)에 참여하지 못한 국가의 위상을 일시에 회복시킬 수 있는 쾌거”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를 총괄하고 자신의 유전체를 제공한 김성진 원장은 “DNA 구조해석으로 노벨상을 받은 왓슨 박사도 맞춤의학 발전을 위해 자기 DNA 염기서열을 공개했다”며 “그의 책을 읽고 연구에 뛰어든 나도 새로운 의학 발전을 위해 DNA 서열을 공개하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인 유전체, 중국인과 일본인의 중간 위치

연구진이 한국인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한국인은 인류 분류상 아프리카인과 서양인, 동양인 가운데 유전적으로 동양인 중에서도 중국인과 일본인의 중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염기다형성(SNP)을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 김 원장의 유전체는 제임스 왓슨 박사의 유전체와 0.05%, 양후안밍 박사 유전체와는 0.04%가량 차이를 보였다.

또 이번 연구에서 김 원장 유전체에서는 모두 323만개의 SNP가 발견됐다. 이를 왓슨 박사, 벤터 박사, 양후안밍 박사 등 3명과 비교한 결과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은 전혀 새로운 SNP가 158만개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인간 유전체 전체 길이의 0.06%에 해당한다. 1만개의 DNA 염기 중 6개는 한국인 고유의 염기(변이)임을 뜻한다.

■개인 유전체에 기반한 맞춤의학 시대 ‘성큼’

이번 한국인 유전체 전체 염기서열 해석작업은 개인의 유전체를 토대로 한 유전의학, 맞춤의학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이 이번에 해독에 사용한 총 염기 수는 표준 인간유전체의 약 7.8배인 224억개다. 이 중 지도화된 총 염기 수는 207억개에 달한다.

연구진이 이 방대한 작업에 사용한 재원은 5㎖의 혈액과 실험인력 2명, 8억원상당의 염기서열 분석장비, 2억5000만원의 비용이 전부이다. 기간은 7개월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반면 지난 2003년 발표된 최초의 서양인 유전체 서열 해석은 미국, 영국, 일본 등의 16개 연구소가 참여해 13년간 2조7000억원이 소요됐다. 지난해 발표된 벤터 박사 유전체 서열해석에는 4년간 1000억원, 지난 4월에 발표된 왓슨 박사의 서열해석은 4개월간 15억원이 들었다.

이는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일반인이 자신의 유전체 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이를 질병예방과 치료에 활용하는 유전의학, 맞춤의학, 예방의학 시대가 가까워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김 원장의 DNA 서열을 지속적으로 해석해 참조 표준화함으로써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인을 위한 맞춤의학 표준인프라로 만들 계획이다.

/talk@fnnews.com 조성진기자

■용어

표준유전체=개인의 유전체 분석을 토대로 질병관련 유전인자 등을 검색할 때 기준이 된다.
유전의학, 맞춤의학, 예방의학 실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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