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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 “가뜩이나 어려운데 투자 늘리라니..”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15 21:18

수정 2008.12.15 21:18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업계를 향해 잇따라 투자확대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 통신업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투자는 고사하고 사업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판에 정부가 투자에 정책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 업계는 정부 요청에 따르다간 자칫 기업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소연이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통위는 내년 초 ‘와이브로(휴대인터넷)’에 음성통화 기능을 허용해 통신업체들이 와이브로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금은 와이브로가 데이터 중심이어서 드문드문 기지국을 세워도 서비스에 불편이 없지만 이동전화처럼 통화를 하려면 KT와 SK텔레콤이 각각 2조∼3조원가량 더 투자를 해야 한다.

방통위는 통신업체들 간 수익배분 비율인 접속료 산정에서 투자비를 주요 변수로 평가하는 등 투자유도에 적극적이다. 접속료를 결정한 방통위 최영해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이번 접속료 산정 기본방향은 광대역통합망(BcN)과 3세대(G) 등 차세대 유·무선 네트워크의 투자 촉진에 맞췄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인터넷TV(IPTV)를 서두르는 것 역시 업계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KT는 수년간 전국에 실시간 IPTV를 볼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지만 SK브로드밴드와 LG파워콤은 아직 인프라 준비가 완벽하지 못한 상황. SK브로도밴드는 내년에 2000억원 이상 망 투자를 하겠다고 계획을 세워놨지만 이마저 실제 집행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내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SK브로드밴드와 LG파워콤은 인프라 투자와 콘텐츠 준비 시기를 조정해 실시간 IPTV 서비스 일정을 늦춰잡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내년 1월 상용서비스를 강력히 밀어붙이는 바람에 일단 서비스 시작 일정만 잡아놓은 상태다.


문제는 내년도 경기 추이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 유례없는 세계적 경기불황에 통신소비자들의 소비량이 얼마나 줄어들지, 금융권 자금동원은 언제쯤 가능할지 통 감이 잡히지 않는데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투자계획을 어떻게 세우냐는 것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게 기업의 생존력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 계획된 투자도 집행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신업계 한 고위 임원은 “기업은 시장 수요를 봐가며 투자계획을 세워야 하고 투자를 하면 수익을 내야 한다”며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세우기 어렵고 투자확대는 더더욱 어려운 상황인 것을 정부도 뻔히 알텐데 투자확대만 요구하니 답답하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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