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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추락도 회복도 ‘빨리빨리 한국’..‘+8’ 성장도 가능?

김한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03 23:02

수정 2009.02.03 23:02



올해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4%로 추락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은 충격적이다. 3% 성장을 목표로 내건 정부는 “IMF의 전망보다 높을 것”이라고 반박하면서도 상당히 당황한 모습이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내년 한국 경제가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빠른 회복 속도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 경기 위축의 여파로 급격히 추락한 만큼 회복 속도도 빠를 것이란 게 IMF의 분석이다. 수출로 먹고 살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올해 성장률 G20 중 꼴찌

‘4.4%→4.3%→3.5%→2.0%→-4.0%’.

IMF가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 전망한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다.
세계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하강하면서 내림폭도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2∼3개월 뒤 더욱 악화된 전망치가 나올 수도 있다.

마이너스 4%라는 성장률 전망치는 G20 중 단연 ‘꼴찌’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선진 7개국(G7) 국가는 모두 마이너스 1.2에서 마이너스 2.8% 정도의 성장이 예상됐다. 브라질(1.8%), 멕시코(-0.3%), 러시아(-0.7%) 등 신흥국도 한국 수준에는 못 미쳤으며, 중국(6.7%), 인도(5.1%)와는 큰 차이가 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만 유독 낮은 것은 ‘개방 경제’라는 특징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76.1%(2007년 기준). 내수시장이 적고, 자원이 없어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미 수출 전선에는 비상이 걸렸다. 수출은 지난해 11월 19.5% 줄어들며 마이너스로 돌아서더니 올 1월에는 32.8% 급감하며 사상 최악의 감소율을 보였다.

수출이 막혔다면 내수가 경제를 이끌어야 하지만 이도 녹록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광공업 생산은 전년 동기대비 18.6% 줄어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설비투자도 24.1% 줄면서 1998년 11월(-27.3%) 이후 내림폭이 가장 컸고, 소비재 판매도 7.0% 감소하며 1998년 12월(-7.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은 생산과 투자를 줄이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는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한국 경제를 끌고 나갈 분야가 없는 데다 부동산가격이 제대로 하락하지 않았고, 구조조정도 본격화되지 않는 등 불안 요소도 잠복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성장률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 성장률은 4.2%…가능성은 ‘반반’

그러나 IMF의 내년 경제 전망은 올해와 정반대다.

한국 경제가 올해보다 8.2%포인트 늘어난 4.2%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기 회복이 예상되는 만큼 개방 경제인 한국은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G20 국가 중 한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 나라는 중국(8.0%)과 인도(6.5%)뿐이다.

IMF 아누프 싱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한국 경제는 적극적으로 거시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통화·재정정책 등 탄력적인 정책 운용을 위한 여유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년간 8.2%포인트라는 초고속 성장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IMF의 전망은 세계 경제가 올해 0.5%에서 내년에 3.0%로 회복된다는 전제로 이뤄진 것이어서 세계 경기가 기운을 차리지 못한다면 이 전망도 공염불에 그치게 된다. 여기에 우리 경제가 내년 비상을 할 수 있게 올해를 버텨낼 수 있는 체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설명한다. 올해 성장률이 많이 떨어지면 내년에는 상승폭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올해 2·4분기를 바닥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허경욱 제1차관은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5.6%로 크게 떨어진 만큼 올해는 전분기 대비 반등효과를 볼 것”이라면서 “IMF도 전분기 대비 1·4분기에 마이너스 0.8%, 2·4분기 0%, 3·4분기 0.7%, 4·4분기 1.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이두원 교수는 “다른 국가보다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은 고무적”이라면서 “세계경제 회복을 전제로 내년에 4%대 성장을 한다는 것도 1998∼1999년 경험을 볼 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star@fnnews.com 김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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