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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중개업의 유혹 ‘미끼매물’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29 22:22

수정 2009.03.29 22:22



서울 용산에 사는 자영업자 김모씨는 최근 한 부동산 전문정보사이트에 올라온 중개업소의 매물을 보고 해당 업체에 연락했다가 짜증이 났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매물이었는데 다른 매물에 비해 가격이 7000만원이나 싸 급매물이려니 생각하고 문의를 했더니 결국 ‘미끼매물’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사이트에 나온 해당 중개업소에 확인해 보니 중개업소 관계자가 ‘해당 매물이 금방 나갔다’며 다른 매물을 권했다”면서 “미끼매물로 인해 시세가 혼란스러워 어느 정도 수준에서 매매를 해야 할지, 손해 보지 않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동산포털 사이트에 허위매물을 게재한 18개 부동산중개업소에 시정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들 중 11개 중개업소는 고객을 유인할 목적으로 아예 존재하지 않는 허위매물을 올렸고 7개 업소는 많은 매물을 보유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하나의 매물을 여러 개로 중복 등록시켰다.

■실거래 줄면서 미끼매물 기승

부동산관련 정보업체에 따르면 최근 주택경기 침체로 실거래가 줄어들면서 미끼매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고객을 끌기 위해 있지도 않은 저렴한 미끼매물을 각종 인터넷 부동산정보 사이트에 올려놓고 고객을 유혹해 시세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막상 거래에 나서면 다른 매물을 권해 소비자를 골탕 먹이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 포털에 등록된 매물 가운데 지역, 단지, 크기, 층까지 같은 데 1억원 이상 가격차이가 나는 경우는 흔하다. 이들 중 가장 저렴한 매물에 대해 문의하면 ‘지금은 없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강남지역 매물을 강북지역 중개업소가 올려놓는 등 자기지역이 아닌 곳의 매물을 올려놓는 중개업소도 발견된다. 중개업소끼리 매물을 자동으로 중복 등록되도록 하면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내집마련정보사 양지영 팀장은 “중개업소가 허위매물을 올 리거나 중복 등록을 하면 시세 교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소비자에게는 물론 관련 업계에도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는 데 혼란을 주는 등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부동산실장은 “국토해양부에서 발표하는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삼아야겠지만 최근 거래가 줄어들고 있어 실거래가 기준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많다”면서 “주택경기 침체가 삼화하면 미끼매물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포털 방지 노력 강화

부동산 중개업소들로부터 매물정보를 받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부동산정보업체(포털)들도 포털사이트에 종종 올라오는 허위 매물이나 미끼 매물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부동산’ 사이트에 중개업소가 임의로 올려놓는 자동매물등록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중개업소가 시세와 비교해 지나치게 낮거나 높은 가격의 매물을 올릴 경우 ‘급매물’ 등의 사유를 명확히 표시하고 최초 등록일을 명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연구소 나찬휘 부동산연구팀장은 “중개업소에서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매도호가를 올리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보완할 계획”이라면서 “국토해양부 등 정부도 올바른 부동산 시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전속중개제도 도입’ 등 제도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닥터아파트, 부동산114, 부동산뱅크, 스피드뱅크 등 정보업체들도 허위 매물을 거르기 위한 자구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부동산114는 시세와 10% 이상 가격 격차가 있는 매물을 일선중개업소에서 포털사이트에 등록하려면 이에 대한 사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또 ‘미끼매물’을 발견한 소비자가 이를 신고할 경우 사이트 노출에도 제약을 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정보업체들이 자구노력을 강화하더라도 100% 미끼매물을 통제할 수는 없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간 정보업체들에는 부동산중개업소도 광고료나 회원비를 지불하는 고객이어서 중개업소를 일방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처지가 못돼서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정보업체 매물정보를 시장 조사의 선행 도구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면서 “현장 확인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위는 허위매물이 게재된 NHN, 닥터아파트, 스피드뱅크, 부동산뱅크, 부동산114, 야후코리아, 조인스랜드, 국민은행 등의 사이트에 대해 허위매물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을 요구한 상태다.
공정위는 허위매물을 올리는 중개업소를 지속적으로 감시해 법위반 사항 적발시 엄중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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