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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누가 신성장동력이라 했나?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01 22:42

수정 2009.04.01 22:42



인터넷TV(IPTV)가 방송통신산업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기존 케이블TV와 가입자 경쟁을 벌이는 데 쓰이는 ‘덤’ 마케팅용 상품으로 추락하고 있어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IPTV의 초기시장 확대라는 명목으로 공공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오히려 IPTV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정부가 IPTV 집중지원 정책의 방향을 바꿔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일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IPTV 상용화 6개월이 가까운 시점이지만 IPTV로 콘텐츠 산업 활성화, 방송시장 확대 같은 신성장동력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IPTV 업계 한 전문가는 “원래 IPTV는 초고속인터넷의 ‘덤’으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가입자를 방어하는 수단으로 출발했는데 신성장동력으로 부풀려지면서 기대수준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며 IPTV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그는 또 “IPTV는 새 방송시장을 창출한다기 보다는 월 6000원 수준의 케이블TV 방송요금을 1만원선으로 높이면서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의 부가서비스로 양방향 서비스를 찾는 게 적절한 기대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에서 주장해 온 방송 콘텐츠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도 실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IPTV사업에 가장 주력하고 있는 KT의 경우 2월 말까지 60개 채널을 확보해 방송콘텐츠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채널을 46개밖에 채우지 못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당장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방송 프로그램이 없어 채널 확대일정을 연기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IPTV가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은 이유는 새로운 방송 콘텐츠를 개발하고 시장을 확대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IPTV업계가 기존에 만들어진 방송프로그램으로만 채널을 채우려 하고 있어 성장동력 역할은 이미 물건너간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IPTV 업계도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학교 IPTV, 군부대 IPTV 같은 공공서비스 정책을 따라가느라 정작 시장에서 눈길을 끌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는 힘을 쏟지 못하고 있다”며 “IPTV가 시장경쟁도 하기 전에 시장성을 잃을 위험도 있다”고 걱정했다.


또 이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공공시장을 만들어주는 정책보다는 콘텐츠 생태계 조성 같은 근본적 정책지원을 하고 시장은 업계에 맡겨야 한다”며 정부의 IPTV정책 방향전환을 요구했다.

IPTV의 신성장동력론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함께 지원을 받는 업체들의 불만까지 겹치면서 주무부처인 방통위 일각에서도 지원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방통위는 IPTV산업을 탄생시키기 위해 법률을 제정하고 지상파방송사와 협상을 측면지원하는 것으로 초기 역할을 다한 셈”이라며 “IPTV를 시장원리에 맡겨 자생력을 갖추도록 지원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내부의견이 있지만 여전히 집중지원 정책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어 의견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방통위의 고민을 전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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