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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직원들 ‘180일의 승부’ 성과내기 고민되네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03 22:40

수정 2009.05.03 22:40



“6개월 안에 이석채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을 성과를 만들어라.”

KT·KTF 직원들이 올 연말까지 6개월간의 단기성과를 극대화할 묘안을 찾느라 절치부심하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 “오는 11∼12월께 이 회장의 인사 스타일을 반영한 대대적 인사이동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다.

오는 6월 1일 KTF와 합병법인 출범을 앞둔 KT는 5월 중 조직통합을 위한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5월 인사는 특별한 사항 없이 조직을 단순히 통합하는 수평적 인사이동이 될 예정이다. 통합에 대한 직원들간 이질감을 줄이고 부서이동으로 인한 KTF 직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일단 KTF는 지난달 29일 총무, 대외협력, 홍보 같은 스태프 조직의 부장급 이하 직원 250여명에게 기존 업무 형태를 크게 바꾸지 않는 인사통보를 했다.
이들은 오는 6일부터 KT에서 파견근무를 시작한다. 부장 이상 직원들도 이달 중순경 인사가 예정돼 있고 영업이나 마케팅 등 현업조직은 합병 예정일인 6월 1일 KT의 개인고객부문으로 최종 통합된다.

그러나 통합KT의 조직 모양새와 이석채 회장의 경영·인사 스타일을 담은 ‘진짜 인사’는 이 회장이 올 연말로 미뤄뒀다는게 KT·KTF 직원들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연말까지 6개월간의 단기성과가 앞으로 KT 직원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평가기준이 될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

단기성과를 내는 비책(?)들도 직원들 입을 타고 퍼지고 있다. “이석채 회장이 기획력을 중요한 평가잣대로 여긴다” “탁월한 상품전략을 만들어 제안하면 회장님 눈에 들 수 있다” “뭐니뭐니해도 영업실적이 최고다” “무조건 인터넷·전화 같은 상품판매를 많이 해야 한다”는 등 내용이 다양하다.
또 “눈에 띄게 큰 사고를 저지르면 절대 안된다”며 “절대 책임질 일은 만들지 말고 책임이 뒤따르는 일은 최대한 내년 이후로 미뤄두라”는 말도 돌고있다.

통합KT 직원들이 연말 인사를 겨냥한 ‘보신(補身)모드’로 전환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KT의 한 고위임원은 “최근 직원들이 자신의 일 외에 책임이 따르는 창의적인 업무확대를 꺼리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이런 상태라면 통합KT가 제대로 시동도 걸어보지 못한채 인사 후유증부터 먼저 겪고 힘이 빠지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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