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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컨트롤타워 ‘헛구호’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14 22:15

수정 2009.07.14 22:15



정보기술(IT)과 사이버보안 분야 컨트롤타워가 없어 IT 산업이 갈피를 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필요성을 주장하는 요란한 구호와는 달리 정작 정부의 논의는 한 발짝도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일부터 ‘인터넷 강국 코리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은 방송통신위원회와 국가정보원, 경찰이 각각 다른 말을 내놓아 국민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국가적 사이버 위험이 1주일째 조정 기능 없이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14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DDoS 공격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DDoS 공격에 사용된 악성코드가 감염된 PC의 저장파일 목록을 세계 59개국 416대 서버에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경찰 발표에 대해 통신망과 민간부문의 통신망 보안을 담당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어느 정도의 데이터가 어디로 유출됐는지 파악해 DDoS 공격의 유포자를 찾는 게 경찰의 주임무인데 경찰이 이미 조치가 끝난 사안을 뒤늦게 국민에게 알려 불안만 가중시킨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 13일에는 국가정보원이 “DDoS 공격이 사실상 종료됐다”며 공공분야의 통신망 위험 수준을 한 단계 낮춰놨다. 그러나 방통위는 “여전히 PC의 피해가 접수되고 있고 공격이 완전히 끝났다고 확신할 수 없다”며 ‘주의’ 단계를 유지했다.
국정원과 방통위가 위험 경고단계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사이에 경찰은 PC의 데이터 유출 사실을 확인했다며 또 다시 국민에게 불안감을 준 것이다.

IT업계는 이런 혼란의 원인으로 컨트롤타워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업계는 이제 지쳐 컨트롤타워에 대한 기대감마저 희미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월 직접 “청와대 안에 종합조정 기능을 마련하겠다”고 IT업계에 약속한 지 3개월이 됐지만 IT 컨트롤타워 선정은 감감 무소식이다. 청와대 측에서는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해 IT특보 선정이 늦어지고 있다”고만 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IT산업에서 1개월은 다른 산업의 1년과 맞먹는데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사항도 3개월씩 질질 끌고 있는 마당에 업계가 어떻게 정부를 믿고 기술개발과 신사업 구상을 하겠느냐”며 “이젠 정부에 IT컨트롤타워를 건의하기보다는 IT가 아닌 다른 사업거리를 찾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문제는 모두 과거 정보통신부가 담당하고 있던 IT와 사이버 보안 업무를 정부의 여러 부처로 나눠 놓은 데서 생겼다.
업계에서는 “IT를 자동차나 조선, 건설, 의료 등 다른 산업과 융합하려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융합을 주도할 종합조정 기능을 세워놓지 않은 게 패착”이라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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