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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전스 시대,IT 컨트롤타워는 ‘아날로그’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14 22:19

수정 2009.07.14 22:19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의 A 사장은 최근 컨트롤 타워가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A 사장은 최근 첨단 u-시티 건설에 필요한 핵심 솔루션을 개발해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지식경제부를 찾았다. 지경부에서는 u-시티 관련이니 국토해양부로 가라고 충고했다. 국토해양부에서는 국가개발에 관한 일이기 때문에 행정안전부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A 사장은 행안부에서 ICT 솔루션은 방송통신위원회 담당이니 방통위로 문의하라는 답변을 들었다. A 사장은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1년 걸렸는데 정작 솔루션을 적용하기 위한 사업을 만들기 위해 주무부처를 찾는데만 1년이 더 걸렸다”고 하소연했다.


옛 정보통신부의 ICT 관련 업무가 여러 부처로 흩어진 후 여기저기서 누수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ICT 기반의 융합산업은 발전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고 사이버 테러에 대한 정부 대응은 오히려 국민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ICT 컨트롤 타워를 세워 융합산업을 주도해야 한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었지만 정부는 실제로 종합조정기능을 마련하지 못한 채 2년째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디도스공격, 사이버 보안 허점 드러내

전 국민의 생활과 정부민원, 정부 부처 간 업무협조가 그물망처럼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는 게 ‘인터넷 강국 코리아’의 특징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사이버 보안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지난 7일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은 인터넷뱅킹 지연과 사이버 상거래 중단, 정부 사이트 접속 불가 등의 피해를 낳았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의 사이버 보안체계는 방통위와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민간 부문의 통신망을 맡고 행안부가 공공 분야를 책임지며 국가정보원과 국방부가 공공 분야 및 군사망을 챙기는 다원적 구조다. 또 사이버범죄는 경찰청이 담당하고 보안산업은 지경부가 맡는다.

이처럼 제각각 일이 돌아가지만 이를 조정하는 기능은 없다. 과거 정보통신부가 종합지휘하던 것과는 다른 구조다.

이번 DDoS 공격에서는 국정원과 방통위가 서로 다른 조사결과를 발표하는가 하면 정작 사이버 보안 기술전문가인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은 이리저리 쪼개져 있는 관련 기관들에 사태에 대한 보고를 하느라 DDoS 공격의 악성코드를 분석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술지원엔 제때 손을 못 쓰는 볼썽사나운 일도 벌어졌다.

■ICT산업, 모든 부처가 담당?

현재 우리나라 ICT 산업은 모든 부처가 담당 부처다. 정보기술(IT)이 없는 부처는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는 모든 부처가 직접적인 담당 부처가 아니라는 말도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ICT산업은 통신망은 방통위, 콘텐츠는 문화체육관광부, ICT 관련 연구개발(R&D)은 지식경제부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이렇게 세분화된 정책에서는 통신망-서비스-콘텐츠-단말기로 연결되는 최근의 글로벌 ICT산업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컨트롤 타워, ICT코리아의 시급한 당면과제

사이버 보안은 ICT산업의 주요 분야다. 수시로 발전하는 사이버 침해 기술에 맞춰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이를 통신망에 적용하는 것이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사업은 지경부, 통신망 관리는 방통위로 나뉘어 있어 연구개발과 현장 적용이 손발을 맞추기 어렵다. 또 첨단 통신기술 개발에도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와 지경부의 단말기는 방통위의 통신망과 연계된 사업모델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옛 정통부에서 ICT 정책을 입안했던 전직 고위 공무원은 “ICT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을 단순히 과거에 대한 향수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 DDoS 공격이나 미국, 일본에 비해 확연히 속도가 늦어지는 한국 ICT 산업발전을 보면 컨트롤 타워는 ICT 강국 코리아의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라며 “지금이라도 시급히 정부의 심도 있는 논의와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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