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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통신업계,갈등 위험수위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19 22:05

수정 2009.07.19 22:05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업계 간 깊이 파인 불신의 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신 때문에 정책과 시장이 엇박자를 내면서 방송·통신, 유선·무선 융합시장 창출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방통위 “업계 투자실적 보고는 엉터리”

19일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KT와 SK텔레콤이 와이브로(휴대인터넷)에 총 1조6000억원을 투자했다고 하지만, 이 중 10% 이상이 허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투자실적과 관련해 업계에서 보고하는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바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중계기나 기지국 투자액수가 중복계산된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KT와 SK텔레콤은 지난해 말까지 와이브로에 각각 7300억원, 6672억원을 투자했고, 올 상반기에도 두 회사 합쳐 2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업계가 보고한 투자실적을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는 업계의 인터넷TV(IPTV) 활성화 의지도 의심하고 있다.
방통위 다른 관계자는 “IPTV가 성장동력이라고 별도로 법까지 만들면서 사업권을 받아간 기업들이 이제 와서 투자도 못하겠다고 하고 마케팅도 안하면서 IPTV 부진원인을 정책실패로만 몰아붙이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방통위 일각에서는 IPTV 사업자 3개 중 투자계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업자는 사업권을 회수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정책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

반면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정책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시장활성화와 기업의 이익을 뒷전으로 몰아놓고 있다며 더 이상 정책을 믿고 따라가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래 와이브로는 무선데이터 수요가 많은 수도권과 대도시 일부를 커버하는 틈새형 사업”이라며 “정부가 뒤늦게 정책방향을 바꿔 와이브로로 전국을 촘촘이 엮어 음성통화까지 가능하도록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정책”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최근에는 방통위가 에릭슨의 2조원 투자를 유치한 것을 놓고 “통신업계에는 와이브로 투자를 강요하면서 한쪽에서는 와이브로 경쟁기술인 LTE(Long Term Evolution)를 수입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에릭슨은 한국투자를 추진하면서 내심 한국에 LTE 사업자 선정을 기대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방송시장의 핵심축인 케이블TV 업계는 “방통위가 IPTV를 살리기 위해 케이블TV를 고사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방통위 방송정책 건건마다 반대의 각을 세우고 있다.

■신뢰의 순환고리 회복해야 발전 가능

양측이 서로 의심하며 ‘반론의 날’을 세우는 가운데 방통위 정책은 건건이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정부는 업계가 마케팅에 적극성을 보이면 올 연말 IPTV 가입자를 200만 이상 모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지만, 업계는 턱도 없는 목표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정부는 이동전화 요금인하 전략을 고민하고 있지만, 업계는 투자목표를 맞추면서 요금까지 인하하라는 요구는 기업경영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아예 사업모델도 개발하지 않는 눈치다.

이뿐 아니라 방통위는 연말 와이브로에 음성통화를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들고 오는 2012년에는 모바일IPTV까지 도입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KT와 SK텔레콤은 여전히 “음성통화는 사업 고려대상이 아니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정보통신기술(ICT)산업계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ICT산업은 정부와 업계가 손발을 맞춰 정책으로 산업을 키우고 업계가 시장수요를 늘려가며 발전시켜 왔는데 최근 정부와 업계 사이에 불신의 골이 너무 깊어졌다”며 “업계가 정책을 믿고 자발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어야 하고, 정부가 업계를 믿고 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 신뢰의 순환고리를 만들어야 우리나라 ICT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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