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이동전화 통신요금 비싼거야? 싼거야?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30 09:03

수정 2009.07.29 22:19

‘이동전화 요금 국제비교’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해마다 반복되는 국제 이동전화 요금 비교 발표와 비교기준의 적정성 논란이 올해도 되풀이 되고 있는 것.

이동전화 사용 패턴과 통신서비스의 수준이 각각 다른 세계 주요 국가를 비교해 요금이 싸다-비싸다는 공방이 지속되면서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한국소비자원은 세계 주요국가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지난해 음성통화 요금을 비교했더니 우리나라의 요금이 비싼 편에 속한다며 이동전화 요금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소비자원, 10개국 중 3위로 요금 비싸

소비자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8개 국가와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 2개를 포함해 10개 나라 1위 이동전화 사업자의 음성통화 요금을 비교했더니 우리나라의 SK텔레콤은 1분당 요금(RPM:Revenue Per Minutes)이 0.1456달러로 일본(0.2214달러)과 네덜란드(0.1831달러)에 이어 3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OECD 29개 국가 모든 이동통신 업체의 요금을 조사해 각 나라의 이동전화 가입자 1인당 RPM을 조사했더니 우리나라는 14위를 차지했는데 지난 2004년에는 24위에서 2005년 22위, 2006년에 21위, 2007년에 15위 등으로 해마다 요금이 비싼 쪽으로 순위가 올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원은 “근본적으로 이동전화 요금 인하를 막는 요금인가제도를 폐지하고 인가제가 폐기되기 전에는 요금인가를 결정할 때 방송통신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물론 소비자단체도 논의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며 “방통위에 정책협조를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방통위 “요금비교 근거에 오류”

그러나 이동전화 요금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소비자원 요금비교의 근거가 되는 월평균 사용요금(ARPU:Average Revenue Per User) 자체가 국제비교의 근거로 보기 어렵다”며 소비자원 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ARPU는 이동통신 업체의 월 매출을 가입자 수로 나눈 것이다. 월 매출이 3000억원인 A이동통신사의 가입자가 1000만명이라면 A사의 ARPU는 3만원인 셈.

우리나라는 가입자 1명이 보통 이동전화 1회선을 가입해 가입자 수가 고스란히 집계되지만 유럽식 이동전화표준(GSM) 기술을 쓰는 나라에서는 가입자 1명이 여러개의 SIM(가입자 인증모듈) 카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입자 수가 실제 사용자보다 훨씬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동전화 가입률이 200%인 그리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나라들에서는 가입자 수를 계산할 때 실제 가입자가 아니라 SIM카드 개통 숫자를 쓰는데 이렇게 하면 ARPU가 뚝 떨어진다. 이를테면 그리스에 월 매출이 3000억원인 이동통신사는 SIM카드를 2000만장 팔아 ARPU는 1만5000원으로 계산되지만 가입자 당 평균 2장의 SIM카드를 갖고 있으므로 실제 가입자 1인은 3만원을 내게 된다.

결국 ARPU는 정확한 요금비교 기준이 될 수 없는데 RPM은 ARPU를 가입자들의 월 평균 사용시간으로 나눠 계산한 수치이니 더더욱 요금 비교의 기준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게 방통위의 설명이다.

또 방통위는 “소비자원이 요금을 비교한 10개 국가 가운데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도시국가는 이동통신 투자비가 우리나라에 비해 20분의 1밖에 들지 않으니 요금을 절대비교하는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8월 중 요금인하 정책 발표

그러나 방통위는 우리나라의 이동전화 요금 자체가 국제적으로 비교했을 때 싼 편이 아니라는 것은 인정했다. OECD 29개 국가 중 14위라는 순위 때문이다.

또 국내 이동통신 업체들이 막대한 비용을 여전히 휴대폰 보조금으로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요금을 더 낮출 수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문제는 방통위가 직접 요금을 내리라고 명령할 제도적 수단이 없으므로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요금을 내리도록 우회적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

이 때문에 방통위는 8월 중 휴대폰 보조금을 받지 않는 사람에게 요금을 깎아주는 새로운 요금제나 무선인터넷 요금을 내리는 방법을 마련해 공개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토론회에 각 이동통신 업체들도 참여해 새로운 이동전화 요금상품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근거가 불명확한 국제 이동전화 요금비교 같은 조사결과 발표보다는 소비자들이 이동전화 요금을 아낄 수 있는 상품을 유도하는 실질적인 정책이 더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