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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잡을 수 없는 KT ‘와이브로’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8.11 22:38

수정 2009.08.11 22:38



KT가 와이브로(휴대인터넷) 활성화를 강조하는 정부 정책에 맞춰 와이브로 사업 강화에 팔을 걷어 붙이면서 다각도의 사업전략을 내놓고 있지만 오히려 정부정책과 산업계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국제표준에 맞춰 와이브로를 활성화하겠다며 2.5G㎐ 대역에서 10㎒ 폭의 주파수를 할당해 달라고 방통위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KT는 기존 8.75㎒폭으로 이미 7600여억원을 들여 와이브로 망을 깔아놓은 만큼 새 주파수는 할당대가 없이 무료로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파수 폭이 달라지면 기존에 깔아놓은 망은 쓸 수 없어 새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KT는 2.3G㎐ 대역에서 8.75㎒폭의 와이브로 주파수를 할당받아 사업을 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일반적으로 10㎒폭의 주파수를 쓰기 때문에 서비스를 활성화하려면 국제표준에 맞춰 10㎒폭의 주파수를 새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사실 정부 일각에서도 와이브로 주파수 폭을 10㎒로 넓혀 국제표준을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KT와 SK텔레콤은 이미 1조5000억원 가까운 투자를 해 놨는데 이를 모두 폐기하면서까지 주파수 대역폭을 바꿀 이유는 없다고 반박해 왔다. 국내 장비나 단말기 업체가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간단한 소프트웨어로 외산 장비들과 호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KT가 입장을 바꿔 새로운 주파수 2.5G㎐에서 10㎒를 요청하면서 정부와 업계가 그 배경이 뭔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

기존 주파수에서도 가입자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지 못해 상용서비스를 시작한지 3년이 지나서도 가입자 20만명을 채 넘기지 못하고 있는데 새로운 주파수를 받아 어떤 사업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의 공공자산인 주파수를 무료로 달라는 주장은 수용할 수 없다는게 방통위의 입장이다.

와이브로 장비 개발업체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KT로부터 와이브로 주파수 변경에 대한 입장을 받은게 없지만 주파수를 변경하고 대역폭을 바꿔 장비를 만들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은 추가 개발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T는 와이브로 주파수 대역폭 공방과 함께 와이브로 음성통화 서비스에 대한 논란도 벌이고 있다. 최근 KT는 연말부터 와이브로 음성통화 시범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KT의 투자자들이 음성통화 서비스에 필요한 투자액수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정된 소비자만 음성통화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와이브로에서 음성통화가 끊김없이 서비스되려면 촘촘하게 망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2조원가량의 추가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 와이브로 주파수 대역 논란이나 음성통화에 대한 투자 적정성 논란이 불거지면 와이브로가 소비자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와이브로는 4세대 이동통신 표준시장 경쟁자인 LTE(Long Term Evolution)에 비해 3년가량 기술과 시장이 앞서있는 것이 최대 강점인데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하면 오히려 와이브로의 잠재력이 축소된다”며 “KT의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한 뜻이 진정이라면 지금 주파수 논란을 벌이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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