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KT·SK텔 종편 러브콜 ‘속앓이’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8.23 22:13

수정 2009.08.23 22:13



대형 언론사들이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KT와 SK텔레콤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면서 이들 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방송사업이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특정 언론사와 손잡고 방송사업에 나섰다가 다른 언론사들의 표적이 될 게 뻔하기 때문.

특히 이들 업체들은 차세대 통신사업을 위한 투자부담이 큰 데다 콘텐츠 사업에서 잇따라 실패한 경험이 있는 터라 방송사업 진출은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입장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찌감치 종편사업 진출을 선언한 매일경제신문과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이 각각 KT와 SK텔레콤에 컨소시엄 참여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언론사들은 2500억∼3000억원가량의 자본이 필요한 종편사업을 위해 통신업체들에 1000억원 이상 자본을 투자하는 주요주주 자리를 제안하면서 사주가 직접 나서 KT와 SK텔레콤의 최고 경영진을 만나 협력제안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KT와 SK텔레콤은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이기도 어렵지만 대놓고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종편사업은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데도 적어도 4∼5년간은 수익을 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실패할 위험도 크다”고 털어놨다.
또 “그간 콘텐츠 사업을 위해 제작사를 인수해 사업을 해 봤지만 일제히 실패만 거듭해 왔다”며 “형편이 이런데 또다시 방송 콘텐츠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하면 이사회가 투자를 허락해 주겠냐”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들 업체 이사회는 투자의 적정성을 깐깐하게 심사하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여기다 특정 언론사와 종편사업을 추진할 경우 다른 언론사의 공격 대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일부 신문에서 강력하게 이동전화 요금인하 주장을 펴고 있는데 이는 종편사업 참여를 이끌어 내려는 압력”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 KT와 SK텔레콤은 각각 인터넷TV(IPTV)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특정 종편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IPTV 콘텐츠 수급에 악영향을 주지나 않을지도 걱정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사업적으로는 통신업체들이 종편사업에 참여할 만한 이점이 없는 편이지만 정부가 미디어 산업 육성을 위해 종편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니 사업적 측면 외에도 고려할 점이 많아 최종 결론의 향방을 점치기 어렵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