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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책,취약계층 국한..수급불안 해소못해

이경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8.23 22:16

수정 2009.08.23 22:16



정부가 내놓은 전세종합대책은 향후 전세수급 불안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내년 이후 전세수급이 불안해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소형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고 서민들의 전세비를 보조해 주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세대책 효과가 일부 취약계층에 국한돼 전반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전세난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세대출·주택공급 늘린다

국토부가 마련한 전세대책은 전세수요의 기반을 확충하고 소형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우선 국토부는 소형주택의 건설을 유도하기 위해 도시형 생활주택의 건설자금을 융자해 주고 주차장 및 진입도로의 폭 기준을 낮춰 주기로 했다. 또 상업지역에서 도시형생활주택과 아파트, 상업시설을 함께 지을 수 있도록 규제도 풀어 주기로 했다.
또한 20㎡ 이하 도시형 생활주택을 소유한 사람에겐 청약 시 무주택자 자격을 부여하고 원룸·기숙사형 주택을 지을 때에는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현재 전용면적 60㎡ 초과 오피스텔에는 금지하던 바닥난방을 85㎡ 이하 오피스텔에까지 설치를 허용키로 했다.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과 이문기 과장은 “향후 나타날 수 있는 수급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의 공급을 유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수요 부문에서도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전셋값 상승에 대비해 국민주택기금의 전세자금대출 총액을 5조원으로 최대 8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또 은행에서 전세를 받을 때 필요한 전세보증 한도금액도 1억원 늘려 2억원으로 증액해 서민들의 전셋값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또 도시근로자의 연평균 소득의 70% 이하인 신혼부부는 1억 4000만원 이하 주택을 전세로 얻으면 7000만원까지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현재 연소득 50% 이하 신혼부부에 한해 1억500만원 이하 주택을 전세로 얻을 때 전세대출을 해주는 것에 비해 지원대상이 확대되는 것이다.

■국지적 효과, 전세난은 지속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세대책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난에 숨통이 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대책이 일부 취약계층을 목표로 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전세난을 덜기에는 역부족으로 평가하고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주차장 완화 등으로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을 늘리면 일부 지역에서 전세난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다”며 “그러나 금융지원은 사실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2억∼3억원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실효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양지영 팀장은 “이번 전세대란은 신규 이주수요가 증가한 것이 원인인데 이번 대책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빠져 있다”면서 “일시적인 자금지원 등으로는 이번 전세난을 궁극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3∼4명으로 구성된 가구의 전세난을 덜어줄 수 있는 중장기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규제를 늦춘다고 해도 3∼4명 가족 등이 살 수 있는 주택은 늘지 않아 중장기적인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재개발 용적률 완화 등 규제를 풀어 주택공급을 늘려야 전세난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비애셋 곽창석 사장도 “지금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을 장려해도 입주까지 1년 이상의 시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수요 측면에서는 재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건설업체들이 원활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부작용도 우려하고 있다. 4명 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85㎡ 규모의 오피스텔까지 바닥 면적을 허용하면 주거용 오피스텔의 공급은 늘겠지만 탈세를 조장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재 오피스텔의 약 80%는 주거용으로 사용되지만 주거용으로 신고된 것은 10% 선에 그쳐 대부분 재산세 등의 탈세가 이뤄지고 있다.

■“전세 수급 불균형 아니다”

정부가 전세대책으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되는 것은 전세시장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전세난을 풀 수 있는 대안이 많지 않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정부의 대책을 기대 이하로 평가하는 것은 전세난을 대하는 정부와 시장 간 인식 차이 때문이다. 이미 전국에서 전세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지역은 80%에 육박하며 전셋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최근 전셋값 상승을 지난해 서울 강남의 대규모 입주 여파로 떨어졌던 전셋값이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입주물량도 크게 줄지 않기 때문에 최근 나타나고 있는 전셋값 상승현상이 심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국토부는 대다보고 있다.
국토부는 올해 서울시내 입주 주택은 3만1000가구로 최근 3년 평균 입주물량(3만6000가구)에 비해 조금 적지만 수도권 전체 입주물량(15만가구)은 3년간 평균 입주량(13만2000가구)보다 많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에 판교 신도시에서 1만7000가구가 입주해 서울 강남권 전세난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으로 국토부는 전망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전세난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며 “시기를 놓쳐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서민들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victoria@fnnews.com 이경호 김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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