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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랜 투자’ 어찌하나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0.29 22:20

수정 2009.10.29 22:20



무선랜이 값싼 이동전화 통화와 무선인터넷 사용에 적합한 통신망으로 부상하면서 통신업체들이 무선랜 투자를 늘려야 할지의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처럼 무선랜 사용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무선랜 접속장치(AP:Access Point)를 늘리는 투자를 해야 하지만 소비자들이 ‘무선랜은 공짜’란 의식을 갖고 있어 투자를 해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게 통신업체들의 고민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변재일 의원은 지난 28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무선랜 사용자는 총 189만여명에 달하고 있지만 무선랜 사용자의 49.7%에 달하는 94만여명이 공짜로 무선랜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무선랜을 이용한 통신서비스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KT가 유·무선 융합서비스(FMC)를 시작하면서 무선랜 AP가 설치돼 있는 지역에서는 휴대폰 인터넷전화를 써서 유선전화에 전화걸 때는 3분당 39원, 휴대폰에 전화걸 때는 10초당 13원에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이동전화가 유선전화에 걸 때나 휴대폰에 걸 때 모두 10초당 18원의 요금을 매기는 것을 감안하면 요금이 저렴하다.
무선랜 사용 급증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SK텔레콤도 내년 초부터는 무선랜과 이동전화망을 함께 쓸 수 있는 휴대폰을 선보이고 본격적인 FMC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 설치돼 있는 무선랜 AP는 KT가 월 1만5000원 요금을 받는 네스팟 서비스용으로 수도권에 3만7000여개를 설치해 놨고 SK텔레콤이나 LG텔레콤은 별도 사용요금을 받는 무선랜 AP가 없는 상황이다.

일반인들이 개별적으로 설치한 사설AP는 500만여개나 되지만 통신업체들이 요금을 받을 수 없는 설비여서 공짜로 사용되고 있다.

KT는 지난 2003년부터 3만7000여개 무선랜 AP를 설치하는데만 약 1500억원 가까이 투자를 했다. 앞으로 FMC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확산하려면 3000억원 가까운 투자가 더 필요하다는 게 KT의 내부계산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FMC서비스를 통해 통신업체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사용요금을 받는 무선랜 AP를 늘리는 투자를 해야 하는데 사용자들이 무선랜은 공짜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 투자결정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무선랜을 이용해 인터넷을 쓸 때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걱정해 사설AP인증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변재일 의원은 “무선랜 인증제가 도입되면 무선랜 사용자들은 KT같은 통신업체들의 상용 무선랜에 가입할 수밖에 없어 사용자들의 통신비가 늘어날 것”이라며 “또 상용 AP 투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무선랜 사용자의 편익도 줄어들게 된다”고 걱정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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