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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모바일뱅킹 서비스 ‘고민’

김주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09 22:00

수정 2009.12.09 22:00



스마트폰을 통해 제공하는 모바일 뱅킹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하나금융이 고민에 빠졌다.

타 은행들이 모바일뱅킹 서비스 공동 표준안 마련에 나서자 단독 개발에 나선 돈을 많이 들인 하나금융만 여러 면에서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9일 하나금융그룹은 애플사의 아이폰이 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한국형 소프트웨어 콘텐츠 개발사인 터치 커넥트와 제휴해 환율 조회, 주식 프로그램, 인터넷 뱅킹 서비스 등에 대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김승유 회장의 지시에 따라 스마트폰에 제공하는 금융서비스에 대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김 회장은 평소 “금융과 통신 유통의 결합이 중요하다”며“앞으로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높아지면 금융의 기반이 바뀔 수 있으며 서로간 융합 움직임은 발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하나금융이 스마트 폰에 제공되는 금융서비스 개발에 발빠르게 나설 수 있게 된 배경이다.


문제는 너무 독자적으로 앞서 나갔다는 점이다. 현재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통신사가 아니라 제조사가 주체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쉽게 말해 SKT나 KTF 고객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종류에 상관 없이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삼성, LG 등 제조사가 만든 휴대폰에 각각 적용되는 운영체제(OS)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삼성, LG 등은 OS가 윈도지만 애플사 아이폰은 OS가 맥이다. 즉 맥을 기반으로 한 아이폰에 제공되는 서비스는 삼성 LG 등 윈도를 기반으로 한 휴대폰에서 사용이 안 된다.

때문에 삼성, LG 등이 출시하는 스마트폰에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다시 따로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데 각기 개발 비용이 수십억원이 들어간다.

하나를 제외한 KB, 농협 등 17개 은행으로 구성된 모바일 금융협의회는 이달 말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뱅킹 서비스에 대한 공동 표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하나금융을 제외한 타 은행들은 공동 개발한 서비스 MS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전체에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개발비용 등과 운영체제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공동 개발에 나선 것이다. 또 이 프로그램 하나면 17개 금융사의 서비스를 전부 이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하나금융에서 구상했던 신용카드 기능을 탑재하는 것도 현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시중은행 인터넷 뱅킹 담당자는 “휴대폰에 모바일 칩만 넣으면 티머니 등처럼 신용카드 기능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실질적으로 플라스틱 카드를 통해 확보한 고객 기반을 빼앗기기 때문에 카드사들은 쉽게 이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스마트 폰에 기능을 넣을 수 있다고 해도 휴대폰 인식과 인증 등에 필요한 기기를 전 가맹점이 다 바꿔야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반면, 하나은행의 입장은 반대다. 독자 프로그램 개발로 인한 비용이 공동개발과 크게 차이가 없는데다 시장선점 효과를 생각하면 오히려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윈도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조만간 제공할 예정이며 아이폰을 통해 개발이 완료된 스마트폰 뱅킹을 윈도용으로 변환해 개발하는 것은 처음 개발보다 비용이 오히려 적게 들어간다”며 “공동개발로 몇천만원에서 1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비용절감효과를 보는 것보다 시장선점을 통한 고객 확보 효과가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동개발에 나설 경우 개발비용만 절감효과가 있다”며 “기본적으로 각 금융회사들은 자기 서비스를 별도로 개발해야 하고 고객들도 자기가 이용하는 금융회사의 애플리케이션을 선택해서 스마트폰에 설치, 별도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등 하나은행의 상황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IBK기업은행 KT와의 포괄적 업무제휴 일환으로 최근 출시된 아이폰(iPhone)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뱅킹 서비스 ‘아이폰뱅킹’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은은 이번 아이폰 외에도 MS기반의 스마트폰에 모바일 뱅킹을 제공하는 17개 협의회에도 가입돼 있다.

/toadk@fnnews.com 김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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