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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공짜의 덫’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15 21:49

수정 2009.12.15 21:49



최근 스마트폰을 구입한 40대 직장인 S씨는 휴대폰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인다. 대리점에서 일반 휴대폰보다 스마트폰이 더 싸다는 말만 듣고 덜컥 스마트폰을 구입한 게 화근이었다. 음성전화와 문자메시지(SMS)만 주로 쓰는 S씨에겐 복잡한 기능들이 번거롭기만 하다. 특히 비싼 요금은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다.

12월 들어 SK텔레콤과 KT의 스마트폰 보조금 경쟁이 불을 뿜고 있는 가운데 시중에서는 출고가격이 100만원 가까운 스마트폰이 50만∼80만원대 일반 휴대폰보다 더 싼 값에 팔리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SK텔레콤의 주력 스마트폰 T옴니아2는 삼성전자에서 90만원대에 출고되는데 월 6만5000원짜리 정액요금제로 2년 약정을 하면 6만6000원에 살 수 있다.
여기다 대리점에서 보조금을 얹어주기 때문에 실제 구입가는 공짜다. KT가 판매하는 아이폰3GS는 애플의 출고가격이 90만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월 6만5000원짜리 정액요금제에 가입하면 13만2000원에 살 수 있다. 그러나 역시 대리점 보조금을 합쳐 시중에선 공짜폰으로 유통된다.

반면 90만원 전후의 삼성전자의 일반 휴대폰 아몰레드폰은 50만원 밑으론 구입하기 어렵다. LG전자의 뉴 초콜릿폰은 40만원대다. 50만원대 일반 휴대폰들도 적어도 20만원은 줘야 살 수 있다.

시중 한 이동통신 대리점 직원은 “이동통신 회사들이 스마트폰 판매경쟁에 열을 올리면서 스마트폰에 보조금을 집중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을 팔면 이통사들이 수수료를 많이 주기 때문에 대리점에서도 우선적으로 스마트폰을 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12월 들어 KT는 하루평균 1만대씩 아이폰을 팔고 있다. KT의 하루평균 신규 가입자가 2만3000여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KT 신규가입자 10명 중 4명은 아이폰을 구입하고 있는 셈이다. SK텔레콤도 하루평균 6000대 이상 T옴니아를 판매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처음 구입할 때는 공짜인 것처럼 보이지만 매월 6만5000원씩 2년간 요금을 내야 해 요금 부담이 장난이 아니다. 월정액요금제라 통화를 적게 하더라도 매월 무조건 6만5000원씩을 내야 한다. 사실상 이동전화 요금에 구입비용이 포함돼 있는 셈이다. KT 이동전화 가입자의 월평균 사용요금은 3만5000원 선으로 아이폰 요금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SK텔레콤 가입자들의 평균 요금은 월 4만2000원선이다. 하지만 T옴니아를 공짜로 가져가면 매월 6만5000원씩을 내야 한다. 이들 요금제에는 무선인터넷 사용요금이 모두 포함돼 있어 무선인터넷을 자주 쓰지 않는 사람들은 불필요한 요금을 무는 셈이다.


특히 스마트폰의 복잡한 기능을 어르신들이나 어린이들이 사용하기는 무리다. 이 때문에 보조금이 스마트폰에만 집중되면서 휴대폰 과소비를 유도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모든 사용자를 위한 휴대폰이 아닌데도 최근 국내에선 스마트폰 판매경쟁이 너무 뜨겁다”며 “모든 휴대폰 사용자가 고르게 혜택을 볼 수 있는 보조금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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