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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기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회장 “복수국적 허용 통해 해외동포 끌어안아야”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6.13 15:09

수정 2010.06.14 15:09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2010 세계한인회장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남문기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을 만났다.

그는 1982년 1월 23일 단돈 30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가 23년 만에 매출 30억달러의 부동산 전문회사를 일궈낸 '성공신화'로 유명한 인물이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남 회장은 이제 부동산 성공신화를 넘어 해외동포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복수국적 허용 문제, 해외동포 투표권 활성화, 동포청 신설 등에 주력하고 있다.

1982년 1월 23일 단돈 30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간 서른 살 청년이 23년 만에 매출 30억달러의 부동산 전문회사를 경영하는 경영인이 됐다.

이처럼 기적적인 성공을 이룬 인물이 남문기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이다.

남 회장은 어떻게 이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지난 10일 서울에서 만난 남문기 회장은 자신이 경영하는 뉴스타그룹의 로고가 그려진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의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남 회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건너오는 젊은이들 중에 내가 쓴 책을 보고 나처럼 성공하고 싶어서 왔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경북 의성이 고향인 그는 학창시절 소위 말썽꾸러기로 유명했다. 중학교는 삼수, 고등학교도 재수를 했을 정도다.

그러나 건국대 법대 입학 후 법대학생회장을 맡는 등 리더십을 발휘했고 졸업 후에도 소위 안정된 직장인 ‘은행’에 들어갔다. 2년 동안 은행원 생활을 했던 그는 1982년 ‘아메리칸 드림’의 꿈을 안고 마침내 미국으로 건너갔다.

지방에서 올라와 대학 공부를 해야했기 때문에 모아 놓은 돈이 거의 없었던 남 회장은 미국으로 건너갈 당시 수중에는 300달러밖에 없었다.

남 회장은 “한국에서야 대학원을 졸업한 엘리트지만 미국에서는 모든 것을 바닥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며 “가장 먼저 한 일은 빌딩 청소였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청소를 잘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해 3년 반 만에 청소회사 매출을 50배가 넘게 키워냈다.

그러나 그는 청소일을 하면서도 계속 청소만 할 순 없다는 생각을 하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꿈을 꾸었다.

남 회장은 “그래도 양반 자식이 청소일을 평생 할 수는 없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웃었다.

그러나 회사의 주춧돌이던 그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사장은 몹시 당황스러워했다.

그는 “청소회사를 그만둔다고 할 때 사장이 무척 말렸다”며 “비록 종업원이지만 주인의식을 갖고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휴일도 없이 열심히 일한 것이 사장을 감동시켰다”고 말했다.

‘삼고초려’란 말을 알고 있던 사장은 “‘구고초려’라도 해야되냐”며 무척 말렸지만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그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3년 반 동안 일하던 청소회사를 그만 둔 남 회장은 부동산으로 눈을 돌렸다. 부동산으로 진로를 정한 뒤 그는 이를 악물고 공부했고 마침내 1987년 부동산 자격증을 취득했다.

6개월 만에 인근에서 가장 큰 부동산 회사로 키운 남 회장은 이후 회사를 착실히 늘려 미국으로 건너온 지 23년 만에 ‘뉴스타그룹’을 연매출 30억달러의 기업으로 키워냈다. 뉴스타그룹은 현재 50여개 부동산사무실과 부동산학교 8개, 애스크로 컴퍼니 3군데, 보험회사, 광고회사, 정보기술(IT)회사, 변호사사무실, 뉴스타장학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뉴스타부동산을 운영하며 인맥을 넓혀가던 남 회장은 마침내 2006년 100만명의 한인을 대표하는 로스앤젤레스 한인회 회장으로 뽑힌다. 그는 8군데 선거지역 가운데 7곳에서 1등을 하는 압도적인 승리로 로스앤젤레스 한인회 회장이 된 것이다.

2년 임기를 끝낸 남 회장은 2008년 미주한인상공인협회 총회장을 지낸 후 현재 미주한인회 총연합회를 맡고 있다. 미주한인회 총연합회는 170개 한인회를 대표하는 단체다.

지난 5월 7일 워싱턴에서 열린 해외한민족대표자협의회에서는 미국뿐 아니라 전 해외동포를 대표해 의장까지 맡게 됐다.

한 기업의 대표를 넘어 해외동포를 대표하는 자리에까지 오른 남 회장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과제는 무엇일까.

그는 “해외에 나가있는 한국인들을 한국 사회에 동화시키고 한국을 위해 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참정권이 중요한데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가오는 국회의원 선거부터 해외동포에게 허용되는 투표권의 홍보도 남 회장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다.

그는 “로스앤젤레스는 한국의 11배인데 투표소가 한 군데밖에 없다”며 “투표소를 많이 만들고 순회투표소를 만들어 투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표의 편의를 위한 우편투표 역시 남 회장이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건의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는 “땅이 넓은 미국에서는 우편투표가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며 “부정선거에 대한 우려는 기우”라고 말했다.

앞으로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부터 해외거주 국적자들에게 허용되는 투표권에 대한 홍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는 “지금 미국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1975년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왔기 때문에 한국에 관심이 많다”며 “그들이 갖고 있는 투표권이 한국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 회장은 750만 해외동포를 끌어안을 수 있는 복수국적 허용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남 회장은 “이제는 국경 개념이 없어진 만큼 우리 국민은 우리가 포용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네트워크를 연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은 250만명”이라며 “해외에 한국인들이 많이 퍼져나가면 결국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복수국적을 줘야 미국동포들이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미국국적을 받으면 매국노’라는 취급을 당하기 때문에 국적을 받지 못해 미국에서 투표권이 없는 경우가 많다.

남 회장은 “로스앤젤레스 한인회장이 되고 미국 정치인을 처음 만나 100만명을 대표하고 있다고 하면 한인을 위해 여러가지 일을 해주겠다고 한다”며 “그러나 후에는 아무 소식이 없는데 나중에 물어보면 한인 중에 정작 투표한 사람이 5만명도 안되는데 무엇을 해주겠냐고 대놓고 얘기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복수국적을 허용해 교민들이 투표권이 생겨야 현지에서도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도 복수국적이 허용돼 우리 한인들이 힘을 가졌다면 미국 사회 내에서 설득이 잘 이뤄져 더 이른 시간 내에 해결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남 회장은 강조했다.

군대 문제로 복수국적을 반대하는 여론에 대해 남 회장은 “해병대에서 3년간 복무했는데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이었다”며 “그러나 꼭 군대를 가는 것만이 조국을 위한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은 좁은 시각”이라고 말했다.

동포청 신설도 남 회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과제다.


남 회장은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것은 세계 각국에 살고 있는 화교 상인들의 힘 때문”이라며 “나가있는 동포들이라고 한국이 외면해서는 안 되고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동포청 신설을 통해 해외동포들의 권익보호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문기 회장의 또다른 목표는 무엇일까.

남 회장은 “앞으로 뉴스타 부동산을 한국에 진출시켜 2000개 정도 만들어 한국 부동산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세일즈는 법에 대한 지식보다 상식과 예의를 가지고 임해야 한다”며 “커미션도 미국화시키는 등 한·미 FTA가 임박한 만큼 한국 부동산 시장도 세계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adet80@fnnews.com박신영기자·사진=서동일기자

■ 남문기 회장 프로필

△57세 △경북 의성 △건국대 학사 및 석사 △미주 최대 한인 부동산 기업인 뉴스타그룹의 모태인 ‘리얼리티 월드 뉴스타’ 창업 △8개 계열사, 직원 2000여명, 연매출 30억달러의 뉴스타그룹 회장 △제28대 로스앤젤레스 한인회장 △미주한인부동산중개업협회장 △재미해병대전우회 회장 △오렌지카운티 상공회의소 회장 △제21대 미주한인상공인협회 총회장 △소수민족기업협의회로부터 한국인 최우수 경영인상 수상 △저서 ‘미국 부동산’ ‘잘하겠습니다’ ‘미국 땅에 한인대통령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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