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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적자.. 그래도 웃는 KT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1.04 21:17

수정 2010.01.04 21:17



KT가 ‘아이폰’을 국내에 들여와 보급한 지 한 달여 만에 20만대가 풀리면서 아이폰 보조금으로 인한 적자가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목을 끈다. 요금은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유입되는 데 비해 초기에 지출되는 보조금 규모가 워낙 커서 그렇다. 문제는 앞으로도 아이폰이 계속 풀릴 예정이어서 KT는 아이폰 보조금으로 인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 결국 그만큼 단기경영성적 압박이 커진다.

4일 KT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출시된 아이폰은 연말까지 불과 한 달 만에 20만대 이상 팔렸다. 인기제품 ‘아이폰 3GS’ 중 내장메모리 16기가바이트(�) 제품의 출고가격은 81만4000원. KT는 월정액 4만5000원짜리 가입자에게 55만원, 6만5000원짜리 가입자에게는 68만2000원의 아이폰 구입비를 보조금으로 주고 있다. 결국 KT는 아이폰 대당 6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주면서 한 달간 1200억원 정도를 쓴 셈이다.
물론 광고·마케팅 비용을 합치면 KT가 아이폰 판매에 들인 돈은 이보다 훨씬 많다. 그 대신 KT가 벌어들인 돈은 아이폰 가입자들의 한 달치 월정액 이용료(4만5000∼9만5000원)가 전부. 게다가 아이폰 이용자들은 KT의 전용서비스 대신 애플의 앱스토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무선콘텐츠 수익은 모두 애플이 가져가 버린다. 결국 마케팅비를 별개로 치더라도 이 기간 요금수입을 제외하면 아이폰 보조금으로 인한 적자는 1000억원을 웃도는 것. 문제는 지금부터다. 앞으로 더 많은 아이폰이 풀릴 것이기 때문.

그래도 KT는 웃는다. 단기적으로 적자가 나더라도 연간으론 이용자가 내는 월정액 요금으로 만회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 또 무선인터넷 활성화로 새로운 성장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도 이점이다.

전문가들도 KT가 중·장기적으로 아이폰 판매로 얻는 이득은 단기간의 적자보다 훨씬 크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아이폰을 구매한 20만여명은 매월 KT에 100억원 이상을 월정액료로 2년간 납부한다. 이들이 1년만 아이폰을 이용한다 해도 KT는 보조금으로 쓴 돈을 모두 만회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KT는 아이폰과 같은 유·무선 융합(FMC) 전용폰 사용자들이 무선인터넷을 맘껏 쓸 수 있도록 무선랜(와이파이)과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KT는 현재 1만3000여개 무선랜 서비스존을 올해 5∼6배 늘리는 등 국내 최대 규모의 무선랜 및 와이브로망을 갖출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아이폰이 열어젖히는 무선인터넷 시장에서 거대 가입자와 매출을 동시에 쥔다는 계산이다.

KT가 보조금을 주는 단말기는 연간 판매량 기준으로 550만대 안팎에 이른다.
이동통신 마케팅 비용이 1조7000억∼1조8000억원에 이르는데 이 중 대부분을 단말기 보조금으로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postman@fnnews.com 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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