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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충전단자 ‘단일화’ 무산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7.23 05:10

수정 2010.07.22 22:36

국내 휴대폰 충전단자를 하나(20핀)로 통일해 전 국민이 공유토록 하려 했던 정부 방침이 사실상 무산됐다.

올 들어 외산 스마트폰들이 일제히 일반화된 마이크로USB 규격을 탑재해 들어오면서 국내 제조사 역시 스마트폰에 한해 이를 따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휴대폰 제조사들이 국제표준인 20핀과 마이크로USB를 혼용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국내 휴대폰,이동통신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휴대폰 충전단자 표준화 관련 회의에서 업계는 마이크로USB 규격을 허용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공통적으로 표명했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어 국내 시장만을 위해 20핀 단자가 들어간 제품을 별도로 만드는 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TTA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20핀과 마이크로USB 규격을 국내에서 자유롭게 탑재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안을 다음 달 초 발표할 계획이다.
단 휴대폰 사용자들이 충전기를 최대한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일반폰은 20핀,스마트폰은 마이크로USB 규격을 탑재하도록 권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핀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휴대폰 충전단자 규격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의 마이크로USB 규격,중국이 제안한 미니USB 규격과 함께 지난 3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국제표준으로 승인을 얻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TTA는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과 합의해 지난 2008년 하반기부터 기존 표준규격이었던 24핀 대신 20핀 규격을 탑재하도록 권장해왔다. 그러나 휴대폰 제조사들은 아직까지 개별 가정에 많이 보급돼 있는 24핀 충전기를 활용하기 위해 휴대폰엔 20핀 단자를 탑재하고 대신 24핀 충전기와 호환할 수 있는 젠더를 같이 보급해 20핀 표준화가 지연됐다.

그러는 동안 다시 마이크로USB 규격이 해외에서 들어오면서 휴대폰 충전기 규격이 섞여버리는 혼란이 생긴 것이다.


이번 휴대폰 충전단자 표준화 회의에서 휴대폰 제조사들은 24핀 호환용 젠더를 없애 20핀 표준화를 앞당기는 방안 역시 가급적 시기를 늦춰달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국내에서 80만대 이상 팔린 ‘아이폰’은 별도 충전단자를 탑재하고 있어 당분간 24핀·20핀·마이크로USB·아이폰용 충전단자 및 충전기가 혼재되는 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소비자 편의성을 위해 충전단자 규격을 하나로 통일하는 게 바람직할 수 있지만, 휴대폰 기능과 디자인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다른 국제규격을 허용하는 일도 필요하다”며 “복수표준을 허용하되 여러 규격의 난립은 막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라고 전했다.

/postman@fnnews.com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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