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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이통3社 45일 사상 최대 영업정지..일선 유통점 ‘초상집’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09 17:19

수정 2014.10.29 05:36

[현장르포] 이통3社 45일 사상 최대 영업정지..일선 유통점 ‘초상집’

사상 최악의 영업정지를 초래한 이동통신사들의 불법 보조금 경쟁으로 국내 휴대폰 생태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이통사들의 고질적인 과열 보조금 경쟁은 기형적 유통구조와 영업정지로 인한 유통망 붕괴, 휴대폰 제조사의 수익 악화 등으로 이어져 산업 전반을 위기로 몰아가는 형국이다. 정작 영업정지를 자초한 이통사들은 마케팅 비용 감소로 수익 개선이 예상되는 반면 휴대폰 제조사들과 일선 휴대폰 유통점들은 영업정지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영세한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 등 이동통신 유통점들은 이번 장기 영업정지로 줄도산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반면 알뜰폰 업계는 겉으로는 담담한 분위기이지만 이통사 영업정지를 시장 확대의 기회로 삼고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는 양상이다.

▲ 오는 13일 이통사들의 대규모 영업정지를 앞둔 가운데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내 한 휴대폰 판매점에서 직원이 고객과 상담을 하고 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 오는 13일 이통사들의 대규모 영업정지를 앞둔 가운데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내 한 휴대폰 판매점에서 직원이 고객과 상담을 하고 있다.


■일선 판매점들 줄폐업 공포

최악의 이통사 영업정지를 앞둔 주말인 지난 8~9일 기자가 일선 이동통신 서울지역 유통점들을 둘러보니 초상집이 따로 없었다. 일선 유통점들은 오는 13일부터 이통 3사가 각각 45일간 영업정지에 들어가면 5월 중순까지 개점휴업이 불가피하다.

강남역 인근 통신사 대리점 관계자는 "영업정지기간 신규가입이나 번호이동 등 휴대폰 개통 업무가 중단되면 가입자 유치는커녕 요금 수납 업무나 하면서 비싼 임대료를 내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그는 "두 달가량의 영업정지 동안 매장 운영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직원들이 무급휴가를 갈 것도 아니고 인원감축이라도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일선 휴대폰 유통업계는 영업정지기간에 문을 닫는 영세 판매점들이 속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용산 전자상가의 한 판매점 관계자는 "영업정지 때마다 수익이 줄어 문을 닫은 매장들이 주변에 많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도 폐업할 처지"라고 걱정했다.

이통사에 대한 불만도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통사들이 불법 보조금 영업을 주도했는데 정작 영업정지의 피해는 애꿎은 영세 판매점들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의 한 판매점 직원은 "영업정지를 한다고 해서 이통사에 처벌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보조금에 투입할 돈만 줄이는 것 아니냐"며 "통신사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바꾸는 보조금 정책에 따라 스마트폰을 팔았을 뿐인데 피해는 우리가 보는 게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일선 휴대폰 판매단체인 이동통신유통협회는 이번 영업정지 결정에 대해 "영업정지는 매년 반복되는 이벤트성 행정처분으로 그 실효성이 없음이 이미 증명됐다"며 "그 피해를 30만 이동통신 소상인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반발했다.

■'반격' 준비하는 알뜰폰 업계

이통사 영업정지로 반사이익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알뜰폰 업계는 아직까지 담담한 모습이었다. 알뜰폰 현장에서는 보조금에 좌우되는 이통사 유통망이 개점휴업돼도 중저가폰 중심의 알뜰폰으로 소비자들이 몰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지되지는 않고 있다.


서울 광화문우체국 알뜰폰 판매담당자는 "이통사 대리점에서 판매하는 휴대폰과 알뜰폰은 타깃이 다르다"며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은 출시 2년이 넘은 중고폰 위주라 이번 영업정지의 수혜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마트 서울 왕십리점 알뜰폰 매장 관계자는 "보조금이 계속 투입되는 상황에서 굳이 최신 스마트폰 대신 중고폰이나 구형폰 중심인 알뜰폰을 사려는 수요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며 "알뜰폰을 사기보다는 영업정지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하지만 CJ헬로비전, SK텔링크, KCT, KT파워텔, 이마트 등 대기업 계열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번 이통사 영업정지기간에 가입자 확보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대규모 마케팅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cgapc@fnnews.com 최갑천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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