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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포커스] 불붙은 담뱃세 인상 논의.. 증세효과 논란도 ‘모락모락’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13 17:13

수정 2014.10.25 06:46

[이슈 포커스] 불붙은 담뱃세 인상 논의.. 증세효과 논란도 ‘모락모락’

"담배 가격은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담뱃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 8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담뱃세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담뱃세 인상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담뱃세 인상의 근거는 국민 건강과 세수 확보 때문이다. 특히 올해 세수부족이 최대 1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세 확보 차원에서라도 담뱃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담뱃값에서 차지하는 세금 대부분은 지방세다.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라면 모를까, 부족한 국세를 담뱃세 인상을 통해 메우는 것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세 증가 효과, '글쎄'

13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담배 1갑(2500원 기준)에 붙는 세금과 부담금은 담배소비세 641원(정액)과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 지방교육세 321원(담배소비세의 50%), 부가가치세 227원(공급가액의 10%), 폐기물부담금 7원(정액) 등 총 1550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현행 2500원 수준인 담뱃값을 올해 4000원으로 1500원 올릴 경우 한 갑당 발생하는 세수는 2900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가격 인상으로 담배소비량은 기존보다 약 16.8%(7억4800만갑)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담뱃세 인상과 그에 따른 소비 감소로 인해 결과적으로 늘어나는 세수는 4조8억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담배로 발생하는 세금 대부분이 지방세(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 및 국민건강증진부담금, 폐기물부담금으로 국세 수익 증대에는 도움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담뱃세 중 국세수익으로 확보되는 것은 부가가치세(공급가액의 10%)가 전부다. 총 세입증가분 가운데 부가가치세 증가분은 3527억원이 고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 후보자의 말은 국민건강증진 차원에서 담뱃세를 인상하겠다는 것이지 세수확보 차원의 의미가 아니었다"며 "담뱃세를 올릴 경우 국세 부분을 늘리는 방안 등에 대해선 논의한 바 없으며 지방세 증가는 교부금 등 예산 지원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국세 운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부처 간 미묘한 입장차

담뱃세 인상과 관련된 부서는 지방세를 담당하는 안전행정부, 국민증진부담금을 담당하는 복지부, 담배사업에 책임이 있는 기재부 등이다. 또 세금을 올리기 위해선 법 개정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국회까지 관련돼 있다. 현재 관련 부처는 국내 담뱃값이 지나치게 싸다는 점에서 담뱃세 인상에 동의를 하는 분위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서 한국의 담뱃값은 가장 싸고 이에 따라 흡연율도 가장 높다.

우리나라의 담뱃값 2500원은 OECD 회원국을 포함한 주요 41개국 가운데 가장 낮다. 담뱃값이 가장 비싼 노르웨이(약 1만6477원)보다 6배가량 낮다. 흡연율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 흡연율 통계를 보면 한국 15세 이상 남성의 흡연율은 지난해 41.6%로 OECD 국가 중 1위다.

복지부에서는 이를 근거로 담뱃세 인상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오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세를 인상하는 것은 기본적인 정책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시행하고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에 담뱃세 수준을 50% 정도 올려야 한다고 권고한 상황이다. 인상과 관련해 복지부는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기재부에선 인상에 동의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담배가격을 500원 올릴 경우 소비자물가지수가 0.16 올라간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양한 부처가 연계돼 있어 우리만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면서 "인상이 결정되면 서민의 물가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강력하게 주장하기는 힘들다.
일단 인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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