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한나라 “묻지마 파산신청 막을것”

최승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2.21 17:27

수정 2014.11.04 14:52


개인 파산 신청자 급증에 따른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방안을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채권기관을 사법기관으로 만드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정훈의원 “채무자 도적적 해이 심각”

국회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21일 “파산 신청자가 파산 신청 이전에 각종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에 가입, 채무상환 이행을 위해 노력한 실적을 파산 신청서 첨부서류로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또 개인 회생이나 개인 파산을 신청한 채무자가 재산은닉 등 부정한 방법을 썼을 경우 면책 결정을 취소함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도록 했다.

김의원은 “지난 10월 말 현재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인원은 9만6200명으로 2004년 이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 파산 신청자가 더욱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대책이 시급하다”면서 “올 들어 파산 신청자가 급증한 이유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채무자의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법원의 파산 결정 후 면책허가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큰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면책허가율은 지난 2000년 57.5%에서 지난 10월 현재 98%로 급증했다”면서 “이는 법원이 요건 미비로 각하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면책 신청을 모두 허용해주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김의원은 파산신청제도가 악용되고 있는 사례로 △채무자들이 법무사 및 파산 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파산선고를 받기 위해 채무자의 총자산보다 부채가 상회하도록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례 △채무자가 중요 재산의 소유권을 아들 명의로 변경한 후 파산 신청하는 사례 △파산신청 직전 은행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은 직후 파산 신청하는 사례 △상속재산의 압류를 막기 위해 상속을 포기한 후 파산선고 후 다시 상속재산을 되찾는 경우 등을 꼽았다.

그는 “개인의 낭비, 도박, 카드돌려막기, 재산 은닉 등은 면책 대상이 아닌데도 법원이 재량권을 넘어 면책허가를 해주는 바람에 카드나 대출 등을 통해 일단 ‘쓰고 보자’는 소비 풍조가 확산되는 등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노당 “채권금융기관 사법기관화”

그러나 파산선고 등을 이유로 파산자에게 자격상의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통합도산법 개정안을 제출해 지난 3월 국회에서 통과시킨 민노당은 김의원의 개정안은 “가뜩이나 변제 능력이 없는 과중채무자에게 사법기관인 법원보다 채권기관을 찾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채권금융기관을 사실상 사법기관화하겠다는 발상”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민노당 이선근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의원이 언급한 파산신청제 악용 사례는 현행 통합도산법에서도 모두 면책 불허가 사유에 해당된다”면서 “혹시 면책결정이 나더라도 채권자들의 고소에 따라 사기파산죄, 과태파산죄 등으로 처벌 받고 면책도 취소되는 사후적 제재 수단이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이본부장은 “그럼에도 불구, 김의원이 법 절차를 거친 개인 파산제 신청자를 ‘도덕적 해이자’라며 비난하는 것은 법원의 판단을 신뢰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채무자들을 채권금융기관이 주도한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에 가입시켜 이행 실적을 판정받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그같은 발상은 공적 채무조정제 이용자들을 매도하는 한편, 정부와 채권금융기관이 카드사용 활성화 정책, 길거리 카드 발급, ‘묻지마식’ 대출로 신용대란을 가져온 책임을 감추고 빚더미에 짓눌린 서민에게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rock@fnnews.com 최승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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