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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장관, 타부처 공무원에 ‘한턱’ 낸 까닭은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6 18:16

수정 2014.10.28 07:12

조윤선 장관, 타부처 공무원에 ‘한턱’ 낸 까닭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사진)이 16일 타부처 과장급 공무원 17명에게 점심밥을 샀다.

이날 정부서울청사 구내의 국무위원 식당엔 안전행정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법무부 등 초청장을 받아든 8개 부처 17개과 과장급 공무원들이 속속 도착했다. 식당엔 조 장관을 비롯해 여가부 차관, 실·국장, 과장 등이 이들을 맞이했다. 장관이 타부처 과장급 공무원을 상대로 밥을 사는 건 극히 드문일이다.

조 장관의 이날 '한턱'은 지난해 국무조정실의 전 부처 대상 국정과제 이행평가에서 이들 부처와의 협업을 통해 여가부가 전체 2등을 차지한 데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올해도 잘해보자는 부탁의 의미가 곁들여 있다.

사실 여가부 업무는 협업하지 않고선 어느 것 하나 성과를 내기 어렵다.

예산은 17개 중앙부처 중 0.2%, 인력은 2%로 '미니'부처지만 맡고 있는 일은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일자리 지원, 직장어린이집, 가족친화인증제, 성폭력·가정폭력 방지 종합대책, 청소년·다문화 정책 등 여러 부처와 연결돼 있으면서도 쉽게 풀리지 않는 난제들이다.

"전 부처에 그 업무가 걸리지 않은 것이 없고, 모든 부처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는 게 조 장관이 인수위 시절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여가부 업무에 대한 인상이다.

이번 정부부터 소위 힘센 부처들의 모임인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여가부 장관이 참석하는 이유도 칼자루를 쥔 기재부, 금융위 등과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여기(경제관계장관회의)가 바로 내가 부처들의 협조를 구할 수 있는 곳이구나 했죠. 꼭 가야 하는 자리구나 싶어서 계속 좀 불러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해서 들어간 경제장관회의의 출석률은 우수하다. 국무회의에선 거의 매회 발언하기로 유명하다. 장관이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긴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말하지 않고선 여성가족정책에 대한 부처 장관들의 지지와 협력은 고사하고, 기존 남성 위주 공직사회의 관성조차 깨기 어렵다. 남성과 성차별은 결코 동의어가 될 수 없지만 직접 현실에서 겪어보지 못한 엘리트 남성 공무원들이 대한민국 여성가족정책의 현주소를 제대로 이해할 리 만무하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된다'는 식의 관성을 없애는 일이 그의 첫 과제였을 법하다. 다행스럽게도 여가부 공무원들은 최근 들어 힘센 경제부처들이 얘길 들어준다고 말한다.

부처 간 이견으로 지체됐던 업무들도 자연 속도를 내게 됐다고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

"앞으로도 정책 추진 시 서로 교류하고 협조를 지속하자"는 조 장관의 당부가 올해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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