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4·①) 여의도 1번지의 비밀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26 16:58

수정 2014.10.23 19:13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4·①) 여의도 1번지의 비밀

미국 종합격투기 대회(UFC) 경기장, 스트리트 파이터, 권리집합소, 최루탄, 로보트 태권브이 하면 연상되는 단어는?

서로 연관성이 없는 단어의 나열 같아 보인다. 그러나 정답은 대한민국 국회(國會)다. 지난해 파이낸셜뉴스 기자가 한 고등학교 3학년 220여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국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나온 대답들이다. 대학입학을 앞두고 있는 예비 대학생들이 국회의 의미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자신들을 포함해 국민들에게 비치는 국회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답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예비 대학생들이 알면서도 무시하고 있는 국회는 어떤 조직일까. 이에 따라 본지는 4회에 걸쳐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잘 모르는 국회 조직을 짚어본다.


■법안발의 조사 연구는 입법조사처

국회는 국회사무처와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 국회도서관으로 구성된다.

국회사무처의 업무는 크게 법제업무와 의원외교, 의정연수로 구분된다. 법제업무는 법률안 작성을 주로 하는 것이고 의원외교는 이해증진과 협력강화를 위해 외국 의회 주요 인사를 공식초청하는 외교활동을 의미한다. 의정연수는 국회의원들의 국내외 연수 등을 담당하는 업무다. 의정연수는 국회의원뿐 아니라 매년 3~4차례 지방의회 의원과 지방의회 전문위원들을 국회로 초청해 연수를 진행하기도 한다.

2007년 미국 의회조사국을 벤치마크해 설립된 입법조사처는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할 때 필요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는 곳이다. 입법 및 정책개발 활동을 위해 의원실과 공동 세미나 또는 간담회 등을 개최하고 국회의원연구단체의 연구활동 지원을 강화해 입법, 정책 개발을 활성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의원들의 법안발의 건수가 급증하면서 가장 바쁘게 활동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행정기관의 위법사항이나 법령, 제도 등의 개선이 필요한 상황을 조사, 분석하는 일도 담당하고 있다. 행정기관의 효율성을 감시하는 기능도 하는 셈이다.

예산정책처는 국회가 행정부에 대한 견제, 감시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예산, 결산을 심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매년 연말 정부의 예산을 놓고 국회가 행정부와 첨예한 대립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곳이 예산정책처인 것이다.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4·①) 여의도 1번지의 비밀


■5000만명 책임지는 4000명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입법부 내 총 공무원 수는 3993명이다. 여기에는 국회의원 개개인을 직접 보좌하는 보좌진이 2000여명,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국회사무처.예산정책처.입법조사처.도서관.경비 등 국회 직원 1900여명이 포함돼 있다. 이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 청소.시설관리.조경 담당자 등이 400여명에 이른다.

대규모 인원이 일하는 국회의 예산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0년 전인 지난 2005년 국회 소관 세출예산의 규모는 3367억1100만원이었다. 예산 규모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2011년 500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5041억7700만원의 예산이 집행될 예정이다. 10년 동안 약 50%의 예산 증가가 이뤄진 것이다.

국회 예산 가운데 매년 감소하지 않고 늘어나는 비용이 인건비다. 국회 전체 예산이나 세부 예산 항목에서는 증감이 발견되지만 인건비는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2005년 국회의 인건비 지출은 총 1827억8000만원으로 전체 예산의 54.2% 수준이었다. 매년 100억원 수준의 증가세를 보이면서 올해 2901억300만원까지 늘었다. 이는 전체 국회예산의 57.5%를 차지한다.

이처럼 국회 인건비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동안에 국회 본연의 의무인 입법활동과 정책개발 국정감사 등의 비용은 감소하는 모습이었다.

가령 입법 및 정책 조사 분석 관련 국회 예산은 지난 2011년 19억700만원까지 늘어났지만 이후 지속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며 18억1000만원까지 줄어들었다.

지난 2012년과 2013년의 국회 예산을 비교해봐도 2013년 예산에서 입법활동지원비용과 입법 및 정책 개발, 국정감사 및 조사 비용이 2012년의 예산에 비해 각각 1.8%, 2.5%, 4.8% 감소하는 모습이었다.

대규모 인원이 막대한 비용을 쓰면서도 국회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19대 전반기 국회를 평가하며 "국회가 경제민주화 실현과 사회양극화 해소, 불안한 노동조건 개선에 힘쓰고 후진적인 정치제도 개혁과 국가기관의 대선불법개입 사건의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경제민주화 실현 등에서 일부 성과가 있었을 뿐 양극화 해소나 민주주의 회복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견제장치 없는 예산집행

국회가 규모에 비해 높은 인건비와 막대한 예산을 쓰는 것을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국회에서 어떤 법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많은 예산을 바르게만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국회의 현실은 예산의 바른 집행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실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회의 예산 집행과 관련해서 비판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회는 매년 예산요구액이 발표될 때마다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예산을 요구함으로써 의원 각자의 잇속 챙기기에 대한 비난을 받아왔다"며 "이런 상황에 아무런 견제장치도 마련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지난 2009년 4월 착공해 3년 만에 완공된 제2의원회관이다. 제2의원회관은 지하 5층, 지상 10층 규모로 땅값을 제외하고 1900억원이 들었다.

제2의원회관은 착공 당시부터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 막대한 혈세를 들여서 건물 착공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또 건립비용이 13층 크기인 서울시 신청사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에서도 호화 건물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공무원 1만452명이 상주하게 될 서울시 신청사의 총공사비는 2898억원인 데 비해 상주인원이 약 3000명에 불과한 의원회관 공사비는 1900억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내·외부 시설이나 자재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됐다. 가령 특수 코팅된 이중 유리로 외벽을 감싸고 대리석을 온갖 곳에 깔아놓는 등 국회의원 및 보좌진, 직원들의 업무환경과 무관한 건물 치장에 막대한 비용이 소진된 것은 아니냐는 것이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제2의원회관 신축을 보면 국회 내 부지에 들어선 덕에 토지비가 들지 않았지만 비용은 수천억원이 투자됐다"며 "정치권이 예산 낭비를 근절하겠다고 하면서 3000명 남짓한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비싼 돈을 들여 건물을 지을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열심히는 하는데 효율성은 글쎄

국회가 본업에는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안발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10대(1981∼1985년) 국회 204건이던 국회 발의 법률안은 17대(2004∼2008년) 국회를 거치면서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4대(1992∼1996년) 국회까지 1000건을 한참 밑돌던 국회 발의 법률안 건수는 15대(1996∼2000년) 국회에서 1144건으로 1000건을 넘어섰다. 이후 증가세를 기록하다 17대(2004∼2008년)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은 6387건에 달했고 18대(2008∼2012년) 국회에서는 1만2220건으로 처음으로 1만건을 넘어섰다.

19대(2012년∼) 들어와서도 국회의원들은 본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 19대 국회 들어와서 현재까지 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안은 1만306건에 달했다. 임기의 절반을 조금 지난 상황에서 18대 국회의원들의 발의 법안건수의 84% 이상이 발의된 것이다.

그러나 그 효율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양적인 측면에서는 큰 폭으로 늘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양적인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임기가 진행 중이지만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건수 1만306건 중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1072건에 불과했다. 발의 법안 10건 가운데 1건만 통과한 셈이다.

법안가결률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15대 국회에서는 전체 발의법안 1144건 가운데 461건이 가결돼 40.3%의 가결률을 기록했지만 16대는 27.0%로 뚝 떨어졌고 17대에는 21.2%, 18대 13.6%까지 떨어진 바 있다. 법안 발의에만 급급했지 내용에 충실을 기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특히 18대 국회에서는 전체 발의건수 가운데 4%를 넘는 503건이 철회되기도 했다.

특별취재팀 이두영 부장 김기석 전용기 최경환 김학재 김미희 예병정 박소현 이승환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