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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부담 최소화 ‘방점’..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속도 조절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02 17:31

수정 2014.09.02 17:31

기업 부담 최소화 ‘방점’..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속도 조절

정부가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2021년으로 연기한 것은 배출권거래제와 함께 내년부터 시행할 경우 소비자와 산업계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두 제도 모두 소비자와 산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으므로 하나만 우선 시행,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판단의 배경엔 당초 세웠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완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친환경차 보조금 확대'와 평균 '온실가스.연비기준 강화' 등을 통해 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 연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 목표치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의 제도 추진 의지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자동차 업계의 눈치를 지나치게 본 탓에 '연기'가 아니라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친환경차 보조금 확대는 수조원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며 평균 온실가스.연비기준 강화도 자동차 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등 정부의 대안이 현실성 떨어진 '면피용'이라는 지적 역시 있다.

만약 정부의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30% 절감이라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 로드맵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된다.

2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배출권거래제와 저탄소차협력금제를 동시에 시행할 경우 국내 산업에 지나친 부담이 될 것이라며 배출권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작하되 저탄소차협력금제는 2020년 말까지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친환경차 재정지원 확대와 평균 온실가스.연비기준 강화 카드를 꺼냈다.

말 그대로 친환경차 세제감면.보조금을 확대하고 2020년까지 평균 온실가스.연비기준을 선진국 수준인 97g/㎞까지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중 저탄소차협력금제 등 자동차부문이 감당해야 할 할당량 1780만t을 채우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우려도 상당하다.

우선 정부안대로 추진하려면 '5조원(2020년까지 전기차 20만대, 하이브리드차 57만대 보급)+α(세제감면 연장.보조금 확대)'의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데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살림에서 어떻게 어디서 돈을 끌어올 것이냐는 의구심이다.

정부가 세워놓은 평균 온실가스.연비기준인 97g/㎞도 자동차 업계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수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정부는 저탄소차협력금제 연기를 통해 자동차 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정부 계획을 보면 지원 확대는 구체적 내용조차 없는 '뜬구름 잡기' 식"이라며 "평균 온실가스.연비기준도 업계의 요구대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인 113g' 선으로 바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저탄소차협력금제 연기 발표를 하면서 조세재정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산업연구원 등 전문기관의 공동연구를 근거로 내놨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 시 효과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당초 의도했던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소비자와 국내 산업에 미치는 부작용은 큰 것으로 예상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따르면 제도를 시행해도 2015~2020년 누적 이산화탄소 감축효과는 56만4000t으로 애초 목표량인 160만t의 3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소비자 수요가 대형차에서 중소형차로 바뀌게 돼 같은 기간 생산은 최대 1조8908억원, 고용은 1만7585명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여기서도 의혹은 존재한다. 정부가 전문기관의 공동연구 결과라고 하면서 입맛에 맞는 내용만 제시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실제 KEI는 나머지 두 기관과 달리 "구간 및 요율을 매년 재설계할 경우 예정대로 시행해도 소비자 부담은 크지 않으면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부가 저탄소차협력금제 연기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KEI 의견을 제외했다고 추정 가능한 대목이다.

정부는 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시기를 2021년으로 고친 대기환경보전법 부칙 개정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강력 반대하고 있어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회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이 연기돼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면 정책 무산의 책임을 끝까지 묻기 위한 다각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2년 8월 저탄소차협력금제 법안 논의 당시 "국내 산업경쟁력을 고려해 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달라"는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시행시기를 2013년 7월 1일에서 1년6개월 뒤인 2015년으로 이미 한 차례 미뤘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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