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英 “韓 SSM 규제땐 FTA 악영향” 압력문서

김은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0.31 17:20

수정 2010.11.01 17:20

영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법안 제정에 대해 압력을 가한 문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써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제기한 홈플러스가 모기업 영국 테스코사를 통해 영국 정부에 로비해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이하 상생법)’과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등의 처리를 막고 있다는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본지가 단독으로 입수한 영국 정부의 SSM 관련 문서는 미래희망연대 윤상일 의원이 외교통상부로부터 요청한 ‘유럽의 대형 유통업체 한국 진출과 관련하여 영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보내온 문서’라는 제목의 서류다.

이 문서는 지난해 12월 당시 피터 만델슨 영국 기업혁신기술부 장관이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앞으로 보낸 것이다. 외통부 관계자는 “이러한 문서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전달됐다”며 “한 국가가 국내 관련 법 제정 문제로 서한을 보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외통부는 “지금 한국의 서민들은 (경제적으로) 어렵다” “한국 정부는 적절한 역할을 하겠다” 등의 내용으로 지난 1월 한 차례 답신을 했다.


이 문서에는 “최근 한국의 사업조정제의 수정 및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제기된 변경사항으로 여러 통제가 도입될 것으로 보여 향후 투자를 저해할 것”이라고 적혔다. 이 때문에 새로운 슈퍼마켓 등의 허가절차에서 기존 소매업자들의 역할이 변경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문서에는 “이러한 (유통법) 장벽을 시행하는 것이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보호주의에 맞서 싸우겠다는 한국 정부의 뜻과 일관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특히 소매업처럼 눈에 띄는 분야에서 거래를 제한한다는 것은 유럽연합(EU)·한국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적극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영국 기업들에 잘못된 인상을 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부분에는 이 문서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해 당시 정장선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노영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산하 법안심사소위원장, 윤진식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전달됐다고 명시돼 있다.


윤상일 의원은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영국 정부가 SSM 관련법 개정과 관련해 시비를 건다’고 발언한 바 있지만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내용이 사실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FTA 협의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유통에 대한 방어책을 규정했다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홈플러스 측은 “테스코가 한국에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에 영국 정부가 자국 기업 보호 차원에서 의사를 비친 것 같다”며 “로비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happyny777@fnnews.com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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