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시진핑 방한] 북핵 ‘확고한 반대’ 문서 작성.. 6자회담 재개 압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03 22:52

수정 2014.07.03 22:52

"나의 오랜 친구(老朋友·라오펑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중국을 국빈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같은 표현으로 친밀감을 드러냈다. 그로부터 약 1년 만에 시 주석이 3일 한국을 방문했다. 취임 후 첫 한국 방문이다. 북한이 아닌 한국을 먼저 찾았다는 건 중국에 있어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행보는 단연 동북아에서 부상하고 있는 미·중 간 세력갈등, 중·일 갈등에 대비한 한국 끌어당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 점에서 중국 측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 관계 강화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를 분출하는 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문제에 관한 '통 큰' 진전은 없었다. 전반적으로 지난해 6월 정상회담과 비교할 때 북핵문제와 관련해 일부 '미세한'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행보가 그만큼 장기적이며 치밀하다는 분석이다. 중국으로선 기존 자신들의 입장과 한국 끌어당기기 사이에서 점진적으로 절충점을 찾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中, '北 지칭' 거부… "한반도 핵 확고한 반대"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중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회담에서 우리 두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반드시 실현하고 핵실험에 결연히 반대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기자회견 말미에 시 주석을 '오랜 친구'라고 표현해 중국 측의 친한(親韓)행보에 적극 화답했다.

이번에 양측이 발표한 한·중 공동성명의 핵심 골자는 '양측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6자회담 참가국들이 공동인식을 모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로 요약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해 공동성명에 한·중이 함께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심각한 위협임'을 강조한데 이어 이번엔 한 단계 나아가 북한 핵무기 개발에 대한 '확고한 반대' 입장을 한·중 정상회담 문서상 최초로 대외에 표명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중국은 '북한 비핵화'나 '북핵 불용'과 같은 북한을 직접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를 명시해 달라는 우리 측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도 북핵 불용이란 용어대신 '한반도 비핵화'와 '유관(有關)핵무기 개발 반대'라는 용어로 정리됐다. 중국은 우리 측이 요구하고 있는 '북핵 불용'이란 문구를 일관되게 수용하지 않고 있다. 중국으로선 북한핵 보유도 반대하지만 전술핵 등 미국의 핵무기 배치도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우리 측은 유관 핵무기가 결국 북한핵을 지칭하는 것이라며 애써 행간의 의미를 부각시켜왔다. 다만 올해는 우리 측 요구를 일부 수용해 '심각한 위협'이라고 표현했던 북한핵 문제에 대해 '확고한 반대'라는 용어로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타협점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재개 압박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한국의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를 같이했다는 대목은 북한은 물론이고 '대화를 위한 대화는 거부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에 대해서도 대화의 문턱을 낮추라는 일종의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단순히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식의 논의가 아닌 북한 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진정성 있는 해결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른바 한·중 관계 '거품 효과'를 경계해야 하며 중국이 한국에 공을 들이는 이유에 대해 중심을 잡고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또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해서도 기존의 원론적 수준의 지지 입장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성명을 정리했다.
중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을 직접적으로 지칭하진 않았으나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확고한 반대' 입장 표명 △6자회담 재개 조건 마련 △의미 있는 대화 재개 노력에 대한 의견 합치 △드레스덴 통일 구상에 대한 포괄적 지지 확보 등이 일부 진전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양측은 일본 아베 정권의 과거사 도발에 대해선 별다른 대일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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