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시진핑 방한] 경제적 측면 ‘우군’ 얻었지만 외교적 측면선 ‘우군’ 잃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06 17:21

수정 2014.07.06 17:21

■정치·경제

3~4일 이틀간의 한·중 정상회담은 양국 간 밀도 높은 경제협력이 바탕이 돼 사실상 '준 동맹' 수준의 '신(新) 경제밀월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매년 7~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인 중국의 경우 경제적 상황에 대한 정치적 변수의 지배력이 높은 만큼 경제분야와 함께 정치적 관계에 있어서도 '의미있는' 선린관계를 구축했다는 점도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국가주석에 취임한 이후 북한보다 우리를, 그것도 단독 국빈방한한 시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깊은 신뢰와 우호관계는 양국 간 수준 높은 정치적 교류와 경제적 협력을 가능케 한 '동인(動因)'이라는 분석이다.

6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양국 간 교역량이 날로 증가하는 가운데 무역 장벽을 허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시한을 '연내'로 명시하면서 협상 진전을 위해 더욱 노력키로 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중국은 우리의 제1위 교역대상국이고, 우리는 중국의 제3위 교역대상국이다.

여전히 우리 측은 농산물 분야, 중국 측은 자동차·석유·화학·공산품 등에서 개방 시 예상되는 다양한 자국 내 여론을 설득할 명분을 찾고 있지만 양국의 경제적 윈윈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실무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중국 진출 기회가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서울에 둬 거래 비용 절감에다 환리스크까지 줄인 것도 향후 대(對)중국 수출이 확대되는 촉매제 역할이 기대된다.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삼으려는 중국의 정책과 결제통화를 다변화하려는 우리 측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시점이기도 하다. 위안화 거래 활성화는 환전수수료 절감, 결제비용 감소, 환리스크 해소 등으로 양국 간 교역 증가를 가져온다.

또한 위안화를 확보한 국내 금융기관들은 중국의 채권, 증권시장, 파생상품 등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을 통한 수익 다변화로 최근 수익률 급감으로 고전 중인 국내 금융권의 '숨통'을 틔워주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양 정상이 보여준 깊은 신뢰관계는 경제협력 이상의 '수준 높은' 정치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모멘텀이 됐다. 시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에게 특별오찬 등을 통해 보여준 우리 측의 '극진한 예우'는 단순히 지난해 6월 박 대통령 방중 당시에 보여줬던 중국 측 환대에 대한 답례를 뛰어넘는 미래의 한·중 동맹 비전을 상징한다. 시 주석은 서울대 강연이나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긴밀한 한·중 관계를 다양한 명언 등을 인용하면서 강조했고, 박 대통령 역시 간간이 중국어를 구사하며 양국 간 우호관계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면서 시 주석 내외를 최대한 배려했다.

이는 경제협력과 함께 양국 지도층 간 정치적 우애나 신뢰관계를 더욱 돈독히 함으로써 '경제'와 '정치'분야에서 동시에 진전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새롭게 구축됐음을 방증한다. 박 대통령의 유라시아이니셔티브와 시 주석의 신(新)실크로드 구상이 시너지효과를 내게 되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유라시아의 견고한 협력체제를 이끌어냄으로써 양국이 글로벌 경제 등을 선도하는 신동맹관계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낳고 있다.

양 정상은 미래의 보고인 청소년 교류 확대를 비롯해 정서적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다양한 인적·물적 교류의 폭도 더욱 넓히도록 했다.

시 주석이 정의화 국회의장과 정홍원 국무총리 등 우리 고위 인사들과 잇따라 면담을 갖고 양국 의회 교류 강화 및 한·중·일 역사문제 공동 대응과 주요 정책 공조의 길을 확대시킨 점도 눈에 띄는 성과다.

■외교·안보

짧지만 강렬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틀간(3~4일)의 서울 나들이는 한·중 간 경제협력 강화라는 성과를 도출했음에도 기대 수준 이상의 정열경열(政熱經熱)로 인해 외교적으론 향후 한국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6일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외교안보분야 고위 관료는 "중국으로선 이번 방한에서 한국 끌어당기기란 소기의 목적을 모두 달성한 것으로 보이나 한국으로선 거의 '외교참사' 수준에 가까운 실수를 저질렀다고밖에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 손잡고 일본에 대항한다는 건 미국으로선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행위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비판은 시 주석의 방한 자체가 미·중 간 틈바구니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재확인했다고 내심 달가워하던 지난 4일 오후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깜짝' 브리핑을 두고 한 말이다. 주 수석은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떠나기 불과 1시간 전 양국 정상이 '비공개 특별오찬'에서 주고받은 말을 공개하며, "두 정상은 일본의 수정주의 태도가 계속되고 있으며 자위권 확대까지 추진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주 수석은 또 "양국 정상은 일본 정부가 자국 국민의 지지도 충분히 받지 못한 집단 자위권 추진을 지양하고 평화헌법에 좀 더 부합하는 방향으로 방위 안보정책을 투명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전했다. 전날 한·미 관계를 고려해 한·중 공동성명에선 철저히 배제됐던 대일 압박 메시지가 바로 다음 날 일순간 고강도로 나온 건 중국의 지속적인 압박과 요구가 주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같은 고강도 대일 메시지는 중국 정부의 한국 공들이기에 정부가 우리 이익과 무관하게 일순간 균형점을 잃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정부의 일본 아베정권에 대한 독자적인 비판과 달리 한·중 간 공동의 대일 메시지는 차원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타깃은 일본이 아닌 사실상 미국, 한·미·일 협력체제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당분간 대미외교 수습불가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미국으로선 한·중 간 대일공동전선 형성이 한·미·일 3각체제 흔들기를 시도하는, 장기적으론 한국이 미국이 아닌 중국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의심을 갖게 될 것이며, 중국으로선 역사를 고리로 한국을 중국편으로 끌어당기는 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로 인해 역내에서 점차 커지고 있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좀 더 신중하게 활용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면 우리 정부가 공들였던 북핵 공동 대응에 대해서도 중국의 태도는 크게 다를 게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공동성명에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확고히 반대한다'고 밝혀우리 측이 요구한 '북핵 불용,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수용하지 않고 미국의 핵무기 배치까지 염두에 둔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을 끝까지 고수했다. 또 전에 없던 '확고히 반대'라는 표현이 어느 정도 수준의 대북압박으로 현실화될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균형점을 찾으려는 중국과 기존 세력 구도를 유지하려는 미국 사이에서 우리가 원칙을 지키면서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미·중 간 잠재적 갈등구조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공간이 넓어졌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전략적으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기회가 아닌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아산정책연구원 김한권 지역센터장은 "향후 우리 정부는 미·중 간 가교역할이란 콘셉트에 맞춰 이번 한·중 간 협의에 대해 미국 측과 충분히 논의해 가며 점증하는 미·중 갈등 속에서 신뢰와 소통의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조은효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