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트위터 열기, 한국에 옮겨붙다

백인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27 14:08

수정 2009.05.27 14:08


영미권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간첩’ 취급을 받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펩시, 구글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모두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배럭 오바마 미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물론이다. 심지어 우주인도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에 탑승한 NASA의 마이크 마시미노는 이 서비스를 통해 우주에서 메시지를 보냈다. 140자의 단문으로 세상을 흔드는 이 서비스의 정체, 과연 뭘까.

‘트위터(twitter.com)’다.


미국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트위터가 국내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일부 국내 기업들이 가입했고 방문자수가 올해 초에 비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트위터란 SMS 글자한도인 140자 이내의 간단한 메모를 올리는 ‘마이크로 블로깅(micro-blogging)’ 공간으로, 이용자가 SMS 메시지나 인스턴트 메신저 등을 통해 글을 올리면 자신의 트위터를 등록한 독자의 휴대폰과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해당 메시지가 전달되는 구조다.

■기업들 속속 트위터 개설 움직임

27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코리아는 지난 15일 트위터에 공식 트위터(twitter.com/googlekorea)를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코리아는 26일 트위터에 노 전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전국 분향소의 위치 안내와 유튜브에 관련 영상을 모아두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디지털카메라 사업을 진행하는 삼성디지털이미징도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회사들 가운데 하나다. 최근 미국 고객들을 대상으로 개설된 삼성디지털이미징 트위터(twitter.com/samsungimaging)에는 애프터서비스와 고객 응대사항 등을 피드백하는 데 600회에 가까운 업데이트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으며, 1200여명의 고객들을 등록자로 삼고 있다.

모바일 게임업체 게임빌과 컴투스도 트위터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말 개설된 게임빌 트위터에는(twitter.com/gamevil)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애플 앱 스토어나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 블랙베리 앱 월드 등서 판매하는 게임들의 구매창구가 마련돼 있다. 올해 4월 개설한 컴투스의 트위터(twitter.com/com2us) 역시 애플 앱 스토어의 자사 게임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각각 550여명과 300여명에 이르는 게임빌과 컴투스 트위터 팬들의 관리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 ‘피겨여왕’ 김연아의 트위터. 며칠 사이 2800여명이 김연아를 등록했다. 이러한 팬덤 문화가 국내에서 트위터 열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피겨여왕’ 김연아도 열었다

국내 유명인들도 속속 개인 트위터를 개설하고 있다. 가장 최근 개인 트위터를 개설한 유명인으로는 피겨스케이팅 스타 김연아(twitter.com/Yunaaaa)가 꼽힌다. 지난 23일부터 현재까지 5개의 글과 2개의 답글을 올렸다. 김연아 쪽에서 팔로잉(following·친구 등록)한 이는 지난해 월드 주니어 챔피언인 애덤 리폰 등 2명뿐이지만, 김연아가 쓴 글을 받아보는 사람(follower)은 며칠 만에 2800여명을 넘어섰다. 업계 일각에선 이같은 팬 문화가 새 서비스 ‘가입 장벽’을 가볍게 넘어 붐을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인 가운데는 국회의원 심상정씨가 공식 트위터인 ‘생활 진보, 푸른 진보(twitter.com/sangjungsim)’라는 트위터를 개설, 250여명의 등록자를 이끌어내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드림위즈의 CEO인 이찬진씨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관련 정보를 나누는 트위터(twitter.com/chanjin)를 운영 중이다.

이용자수도 조용히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 시장조사기관 랭키닷컴에 따르면 트위터의 국내 방문자는 주당 3만 2000명에 달해 1월의 6000여명에 비해 무려 432%가 늘었다.

■왜 트위터인가

트위터를 개설한 기업들은 트위터 개설 이유를 두고 ‘단순성’과 ‘즉시성’, 그리고 ‘밀착성을 주요 요소로 꼽았다. 단문 문화로 바뀌어가는 팬·고객들과 쉽고 빠르게, 진솔한 피드백을 나눔으로써 충성도를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나 영업망을 갖춘 기업들의 경우 적극적으로 트위터를 개설해나가는 양상이다. 게임빌 관계자는 “게임 콘텐츠를 구매하거나 관심이 있는 누리꾼들의 커뮤니티 형성과 빠른 정보교류, 불만관리를 위해 트위터 개설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쉬운 접근성 역시 트위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다. 누구나 어떤 추가비용도 없이 이메일 주소와 아이디, 비밀번호만으로 트위터 개설이 가등하다. 서비스 초기부터 외부에 API를 공개한 트위터이기에 다양하게 제작된 외부 어플리케이션이 이용자들에 대한 접근성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고, 이를 통해 또다시 이용자들이 모이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 이같은 시류를 눈치챈 기업과 유명인들이 앞다투어 ‘무료’ 트위터 문화에 뛰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트위터가 일종의 놀이문화라는 점을 인식, 하나의 참여자로서 기업이미지를 관리하는 업체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삼성디지털이미징 관계자는 “많은 고객들이 기술적인 질문이나 요구사항을 언급할 뿐만 아니라 각자의 생활을 얘기한다”며 “마케팅 채널이라기보다 일종의 ‘대화’를 통한 네트워킹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트위터는 사용자들과 또 하나의 소통 채널을 열어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트위터를 통해 공식블로그나 보도자료로 나가지 않는 작은 이야기나 소식 등이 바로바로 전해지는 데 이용자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토종 마이크로 블로깅도 ‘잰걸음’

이같은 트위터로의 관심 증가를 눈치챈 네이버와 네이트 등 토종 포털사이트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지난해 인수한 ‘미투데이’를 ‘한국의 트위터’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미투데이 방문자 역시 지난 4월 5만9000명에서 올 해 4월 10만3000명으로 48% 늘었다.
네이버는 이같은 여세를 몰아 늦어도 7월까지 미투데이 관련 위젯을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용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네이트 역시 기존 싸이월드의 모바일 연동과 지난 2007년말 도입한 문자 전송 포스팅 서비스 ‘토씨(tossi)’를 이용해 마이크로블로깅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랭키닷컴 관계자는 “아직 트위터 등 유무선 연동 서비스가 본격적인 대중화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최근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용자가 늘고 있는 단계”라며 “해외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도입이 빠른 국내 누리꾼의 특성상 풀브라우징 휴대폰의 증가 등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가 활성화될 경우 마이크로블로깅의 대중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 fxman@fnnews.com 백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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