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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 위성DMB 포기,5천억 허공으로

허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1.26 22:10

수정 2014.11.04 18:49



SK텔레콤이 자회사인 TU미디어의 회생이 어렵다고 보는 것은 TU미디어에 투자를 더 한다고 해도 지금의 경쟁력으론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위성DMB 가입자수는 128만명가량 된다. 생존하려면 가입자가 최소한 200만명은 돼야 하지만 오히려 가입자 수는 점점 뒷걸음질 치고 있는 판이다.

이처럼 위성DMB가 경쟁력 없는 서비스가 된 것은 경쟁자인 지상파DMB가 무료 방송이기 때문. 위성DMB가 다른 콘텐츠면에서 지상파DMB에 비해 우수하지만 이용자들은 지상파TV방송이 재전송되지 않는 데다 요금까지 지불해야 하는 위성DMB를 굳이 이용하려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이 위성DMB 사업을 종료할 경우 위성·지분·시설·콘텐츠 투자 등을 합해 5000억원 이상을 허공으로 날리게 된다. 아울러 휴대폰 등 위성DMB 단말기를 구입한 100만여명의 이용자들도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위성DMB 왜 좌초했나

일단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인 지상파TV를 실시간 재전송하지 않는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DMB 고객들이 유료인 위성DMB보다는 무료에다 공중파 TV방송이 나오는 지상파DMB를 선호한 건 불문가지다.

형편이 이렇게 된 것은 정부가 유·무료 서비스를 한꺼번에 경쟁시켰기 때문. 정부는 2005년 5월 위성DMB 개국에 이어 같은 해 지상파DMB를 허가했고 이는 두 매체 모두 궤도 진입에서 실패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이 때문에 방송사들은 경쟁사인 TU미디어에 방송재전송을 거부했고 지난 7월 MBC와 방송재전송 계약을 맺긴 했지만 때늦은 일이 되고 말았다.

현재 TU미디어는 신규 가입자를 늘려도 가입자수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지 가입자 규모가 커서다. 그나마 신규 고객도 작년에는 월평균 5만명에 달했지만 올해는 2만명대로 줄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올해는 지난해보다 TU미디어 가입자를 더 많이 모았지만 결과는 더 저조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경쟁업체인 KTF와 LG텔레콤이 위성DMB를 외면한 것도 한 원인이다. KTF·LG텔레콤은 올해 위성DMB폰을 단 한 대도 내놓지 않았으며 앞으로 계획도 없다.

■SKT “증자도 매각도 어렵다”

위성DMB 사업자 TU미디어는 올 상반기에만 400억원 적자를 기록, 누적적자 규모가 2355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말까지 누적적자 규모는 27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며 이는 납입 자본금 2682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현재 TU미디어 내부에서는 증자를 위한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주주인 SK텔레콤은 ‘증자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증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증자 후에도 TU미디어를 살릴 수 있는 시나리오가 없다는 게 문제다”고 말했다.

■위성DMB 결국 포기하나

결국 SK텔레콤은 증자와 매각 모두 불가능한 만큼 포기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SK텔레콤 내부적으로도 위성DMB 사업 실패에 따른 책임론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은 위성DMB 사업을 위해 인공위성투자 1009억원, TU미디어 자본금 970억원 등 총 1979억원을 들였다. TU미디어는 지하철 등 전국 음영지역 해소에 3000억원, 콘텐츠에 700억원 등 37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었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다. TU미디어에 가입돼 시청료를 납부하는 고객은 127만9000여명에 달한다.
SK텔레콤이 향후 위성DMB사업을 접게 되면 이들의 단말기는 제 기능을 못하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정부도 화살을 비껴가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지상파DMB가 광고수익 부재로 몇몇 업체들이 경영난에 봉착한 상황에서 SK텔레콤마저 위성DMB 사업을 포기함으로써 정부의 DMB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wonhor@fnnews.com 허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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