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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음료시장 진출 藥이냐 毒이냐

조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9.16 20:52

수정 2014.11.06 00:54



국내 제약사들이 음료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단일 제품으로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대형 품목을 잇따라 내놓았기 때문이다. 비타500, 박카스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의 음료시장 진출에 대한 회의적인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음료시장에서의 이익이 신약 연구개발 투자로 이어진다면 ‘약(藥)’이 될 수 있지만 단기 이익을 목표로 한다면 ‘독(毒)’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음료시장은 달콤한 유혹

국내 제약사에 음료시장은 매력적이다.
의약품에 비해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이 작고 개발이 쉽기 때문이다.

A 제약업계 관계자는 16일 “신약의 경우 평균 13년 넘는 개발기간과 수천억원의 개발비용이 소요됐다. 반면 음료제품은 기존의 소재를 가지고 아이템을 새롭게 선정하면 된다”면서 “맛과 안전성만 확보되면 개발 후 1년 내에도 출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들이 너도나도 음료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음료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광동제약의 경우 알짜품목은 음료제품인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 실제로 광동제약의 전체 매출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육박하고 있다.

동아제약은 박카스를 비롯, 자회사인 동아오츠카를 통해 포카리스웨트, 블랙빈테라피, 데미소다 등의 음료를 출시해 재미를 보고 있다.

짱구음료시리즈로 어린이 음료시장을 공략 중인 조아제약은 ‘하루 9번 마시는 둥굴레 9水(수)’로 음료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성공은 쉽지 않다

음료시장에 진출하는 제약사의 전략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제약업계는 분석했다. 의약품과 달리 식음료제품은 워낙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양약품(원비디), 영진약품(영진구론산바몬드), 현대약품(미에로화이바) 등은 음료 부문의 매출 호조로 한때 성장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이들 제품에 대한 유행이 시들해지면서 성장세는 급격히 둔화됐다.

한미약품도 음료시장 진출을 위해 한미 FT를 만들어 시장진출에 나섰으나 음료 산업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최근 사업을 정리했다.

■찬반 논란 가열

음료시장 진출에 대한 제약업계의 입장은 양분되어 있다. “음료시장의 성공이 신약 연구개발을 위한 재투자로 이어진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제약사의 본분을 잊고 단기 성과에만 급급하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맞서고 있는 것.

음료시장 진출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측은 동아제약의 박카스를 성공 사례로 꼽는다. 이 회사는 한 해 1000억원이 넘는 판매고를 올린 박카스에서 발생한 수익을 신약연구개발에 재투자해 천연물위염 치료제 ‘스티렌’과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 등 국산 신약을 잇따라 선보였다. 현재 스티렌은 연매출 600억원이 넘는 대형 품목으로 성장했고 자이데나 역시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신약개발조합 여재천 이사는 “다국적 제약사들도 다양한 수익원을 통해 연구개발(R&D)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며 “신약 개발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음료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사의 음료시장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음료제품의 경우 유행에 매우 민감하다.
한 제품이 성공했다고 해서 계속 성장하는 게 아니다”며 “단기적으로 매력적이지만 제약사 입장에서는 무덤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talk@fnnews.com 조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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