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동서신의학병원 “정조의 사망원인은 패혈증·뇌졸중”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1.26 18:50

수정 2009.11.26 18:50



독살설 논란이 있는 정조 죽음의 원인이 패혈증과 뇌졸중(중풍) 등 기저질환이 사망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학적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정조의 증세와 처방들을 근거로 한의학적 관점에서 사망 원인이 추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사상체질과 김달래·김선형 교수팀은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를 바탕으로 정조의 발병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질환의 증상과 처방, 어의의 주장과 정조의 주장을 날짜별로 재정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정조가 1800년 6월 4일 몸에 부스럼이 처음 발생한 이후 14일부터 처방에 들어갔고 24일에는 종기가 바가지 정도의 크기로 커졌다”며 “종기의 크기를 가장 작은 조롱박 정도로 본다고 해도 종기가 지름 10㎝ 이상으로 넓어져 감염이 확대됐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당시 정조가 자신의 몸 상태를 ‘열기를 참으로 견딜 수가 없다’고 표현한 데 주목했다.

김달래 교수는 “정조가 원래 열이 많은 ‘온성체질’임을 의미한다”며 “어의가 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온성체질에 다량의 인삼을 잘못 사용함으로써 감염성 질환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당시 정조에게는 사망 전 27, 28일 모두 3냥7돈쭝(1돈쭝은 3.75g)의 인삼 성분 탕약이 처방된 것으로 연구팀은 집계했다. 이는 요즘 하루치 인삼 처방량이 4g인 점을 감안하면 정조에게 많은 양의 인삼이 처방된 셈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도 급성감염성 질환이나 패혈증은 시기를 놓치면 단시간에 사망에 이른다”며 “감염에 대한 개념이 약했던 어의와 신하들이 온성체질인 정조에게 사망 직전 다량의 인삼을 처방한 것은 종기의 치료와 체온 유지에만 급급한 나머지 병의 급작스런 전환에 대비하지 못한 실수였다”고 진단했다.

연구팀이 꼽은 또 하나의 사망 가능성은 뇌혈관성질환이다.
그 이유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비참한 죽음으로 어려서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오르는 ‘화병’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혈압이 높거나 뇌와 심혈관계통의 질환을 앓았을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정조의 갑작스런 죽음은 평소 체질이 태음인인데다 화병과 불면증, 부스럼증이 있었고 담배를 많이 태운데서 기인한다”며 “특히 이 같은 만성질환에 따른 급성감염성질환이나 패혈증, 급성뇌졸중은 항생제와 수술요법이 발달하지 않은 조선시대 의학으로는 치료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논문은 대한한의학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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