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모바일 강국으로 가자] (5·끝) ‘자율과 통제’ 균형을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4.21 22:26

수정 2010.04.21 22:26

“갑작스런 모바일 태풍에 모두 한방 먹었죠. 준비없이 당하다 보니 기업들마다 사업방향 수정하랴, 전략 세우랴 난리예요. 그런데 이럴 때 도와줘야 할 정부가 더 흥분하고 좌충우돌하고 있으니…. 부처마다 준비되지 않은 정책을 협의도 없이 내놓고 있잖아요.” 모 정보기술(IT) 업체 임원이 털어놓은 말이다. 정부 부처들이 최근 저마다 모바일산업 지원책을 들고 나서고 있으나 오히려 혼란만 부채질 할 뿐이란 얘기다.

IT전문가들은 ‘모바일 산업이 성공하려면 기업엔 자율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시장원리에 맞는 수평적 생태계가 구성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기업들이 나름대로의 특성을 살린 차별화된 전략을 시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면 안된다는 얘기다. 특히 이를 뒷받침할 정부 정책은 일관되고 통일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공 많은 정부…불신 키워

지난 3월 행정안전부는 스마트폰 금융거래에도 공인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며 당장 4월부터 모든 스마트폰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행안부의 정책은 채 일주일도 안돼 당정협의에서 무산됐다. 대신 방송통신위원회와 한나라당은 30만원 미만의 소액결제는 공인인증서 없이 거래가 가능하도록 정책을 바꾸기로 했다. 또 5월까지는 공인인증서 사용을 강제하고 있는 인터넷-모바일 금융거래 정책 자체를 새로 손보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인터넷 본인확인제, 게임 사전심의제 같은 모바일 규제를 개선하겠다며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본인확인제는 방통위의 주관 정책이고 게임 사전심의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이어서 지경부가 규제 개선을 약속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게 각 정부부처의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주관부처와 협의도 않고 발표한 내용을 어떻게 믿느냐”며 반신반의하고 있다.

IT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 부처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개선할 규제를 찾아내고 협의를 거쳐 한 목소리로 정책을 제시해야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에 나설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업 자율권 넓혀야

무선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싼 값에 마음놓고 쓸 수 있는 4세대(4G) 이동통신망 투자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토종기술인 와이브로(휴대인터넷)만 키우려는 방통위 정책에 눌려 4G 투자계획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KT, SK텔레콤, 통합LG텔레콤 등 통신 3사는 하나같이 4G 기술로 세계 주류로 부상하는 LTE(Long Term Evolution) 기술을 점찍어 뒀는데 정부의 와이브로 육성 정책 때문에 LTE 전략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앞다퉈 쏟아내고 있는 모바일 응용프로그램 장터(앱스토어) 정책도 이율배반적인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민간 개발자나 중소기업들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등록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정책은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게임 같은 콘텐츠를 일일이 사전에 심의하도록 돼 있는 기존 제도는 앱스토어 활성화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규제다. 사전심의제가 있는 한 앱스토어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게 콘텐츠 업계의 불만이다.

공공데이터에 대한 정부의 폐쇄적인 태도도 문제다. 모바일 산업에서 지리정보, 기상정보, 교통정보 같은 정부기관이 보유중인 공공데이터는 편리한 콘텐츠로 가공할 수 있는 중요한 원재료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공공데이터를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풀어놓지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망 기술선택이나 공공데이터 활용에 기업의 자율권을 넓혀주면 모바일 콘텐츠와 인프라가 월씬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의 자율권이 넓어지지 않으면 모바일 생태계 조성은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모바일 공공사업 기대

업계에서는 정부가 모바일 산업의 초기시장을 만들어주면 중소기업들이 다양하게 사업을 벌여 모바일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내놓고 있다. 과거 초고속인터넷 시장 초기에 정부가 전자정부 프로젝트를 통해 인터넷 기업들에 시장을 만들어 준 게 한 예다.
정부가 먼저 시장을 만들고 관련기업들이 활발하게 창업을 하면서 인터넷 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던 것.

한 중소 소프트웨어 업계 대표는 “모바일 전자정부,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공공정보 제공, 모바일 건강관리(헬스케어) 등의 서비스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며 “정부가 육성정책 내놓기 경쟁을 벌일게 아니라 이런 시장을 만들어주면 중소기업들이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해 납품하면서 실질적인 성장하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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