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컴퓨팅

PC만 믿다 ‘큰일 난’ 윈-텔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2.17 17:24

수정 2010.12.17 17:24

태블릿PC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지난 30여년 동안 PC 시장을 주도해 온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의 합작품 '윈-텔'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 나와 눈길을 끈다.

'윈-텔'은 마이크로소프트의 PC용 운영체제(OS) '윈도'와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인텔'의 명칭에서 한 글자씩 떼어 만든 용어다. 지금까지 데스크톱과 노트북 PC에서 윈-텔의 입지는 상당히 공고했지만 태블릿PC 시장에서 그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내년부터 태블릿PC가 PC 판매량의 33∼35%를 잠식할 전망이다. 데스크톱·노트북·넷북 등을 사려던 고객 10명 중 3명 이상이 태블릿PC를 대신 선택할 것이란 분석이다.

골드만삭스 측은 "대부분의 태블릿PC 제조사가 MS와 인텔의 제품 대신 애플 OS(iOS) 또는 구글 '안드로이드'와 ARM 코어 기반의 CPU를 선택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태블릿PC가 급성장하면 30년 만에 윈-텔이 아닌 다른 기술을 기반으로 한 PC 시대가 열릴 전망"이라고 밝혔다.


실제 태블릿PC 시장에서 MS와 인텔은 거의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 애플, 델, 아수스, 에이서, 샤프, 도시바, 리서치인모션(RIM) 등이 발표한 태블릿PC는 일제히 안드로이드나 제조사 전용 OS, ARM 코어 기반 CPU를 탑재하고 있다. MS 윈도 OS를 탑재한 제품은 CTL이 발표한 모델 정도이고 인텔 CPU를 적용한 제품은 뷰소닉, CTL의 일부 제품에 그치고 있다.

특히 휴대폰과 스마트폰 등 소형 모바일기기의 CPU에서 90% 이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ARM의 기세가 남다르다. ARM은 삼성전자, 애플, 텍사스인스투르먼트(TI), 프리스케일 등 CPU 제조사에 설계기술을 제공해 태블릿PC CPU 코어 시장에서 100%에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찾은 튜더 브라운 ARM 사장은 "넷북은 가격이 싸고 이동성이 우수하다는 게 장점이지만 태블릿PC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져 결국 수년 내 사라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텔 주도로 만든 넷북이 사라지고 태블릿PC가 전성시대를 누리면서 ARM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이란 자신감의 표현인 것.

골드만삭스는 "내년 세계 태블릿PC 판매량은 올해보다 6배 많은 5470만대에 이를 것"이라며 "윈-텔 진영이 이런 추세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PC 시장에서 입지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포레스터리서치에 따르면 오는 2013년 북미 PC 시장에서 태블릿PC 점유율은 21%까지 높아져 데스크톱 PC(20%), 넷북(17%)의 비중을 압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시대를 맞아 태블릿PC의 쓰임새가 개인, 기업 등 전 방위로 확산되는 추세여서 '윈-텔' 진영이 이런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postman@fnnews.com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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