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이통시장에 ‘상생’이란 없다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3.08 16:52

수정 2014.11.07 01:19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는 국내 중견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의 스마트 기기들이 국내 시장에서조차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이동통신 업체들이 아이폰이나 갤럭시, 아이패드, 갤럭시탭 등 애플·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대기업 제품에만 마케팅을 집중한 데 따른 것이다.

겉으로는 국내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상생'을 외치던 통신업체들이 정작 상품판매에서는 글로벌 대기업 제품만을 선호해 모바일 생태계를 오히려 해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 U+등 이동통신 업체들이 이달과 다음달 중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을 비롯해 LG전자의 '옵티머스패드', 모토로라의 '줌', HTC의 '익스프레스'등 태블릿PC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지만 아이스테이션, 앤스퍼트 등 국내 업체들의 제품은 아직 출시 계획이 없을 정도로 찬밥 신세다. LG U+가 상반기 중 국내 중견기업의 태블릿PC 1종의 출시 계획을 세워놓은 게 전부다.

SK텔레콤이 오는 16일부터 아이폰4를 판매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휴대폰 업체인 팬택도 스마트폰 주력상품 라인에서 밀려날까 내심 걱정하고 있다.


애플이나 삼성전자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도 낮은 데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도 어려운 중견기업으로서는 이동통신회사의 마케팅 지원 없이는 시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동통신 회사들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글로벌 대기업 제품의 수입·판매에만 몰두하고 국내 업체에는 판매기회조차 제공하지 않아 국내 업체들의 해외시장 공략은 사실상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중견업체들의 지적이다.


이동통신 회사들이 상품 판매 기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으면서 일부 중견 ICT 기기 업체들은 당초 예정했던 제품 출시 시기조차 연기하고 있다. 한 중견 모바일기기 업체 관계자는 "상반기 출시하기 위해 준비했던 태블릿PC 출시를 하반기 이후로 미뤘다"며 "이동통신 업체들이 상반기에는 아이패드나 갤럭시탭 같은 주력모델에 마케팅을 집중해 중견기업 제품에는 마케팅 계획을 제대로 세워주지 않아 제품 출시가 어렵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다른 중견 모바일기기 업체 대표는 "제품력으로는 애플이나 삼성전자 제품에 비해 뒤질 것이 없다고 자부하지만 이동통신 업체들이 보조금이나 광고 등 마케팅에서 글로벌 대기업 제품 중심으로 모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국내 이동통신 업체들이 모두 이렇게 글로벌 대기업에만 매달리면 국내 모바일기기 산업 기반 자체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cafe9@fnnews.com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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