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스마트폰 검색엔진 제한·반독점..세계는 구글 분쟁중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4.24 17:08

수정 2014.11.06 20:36

“준비되지 않은 스마트폰 시장에 아이폰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들여오면서 우리나라가 안드로이드 과다 의존 국가가 됐다. 한국 모바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과거 구글의 변화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도로 짜여지고 있다.”

한 ICT 전문가가 국내 모바일 산업에 대해 털어놓은 반성이다.

이제 막 구성 초기인 국내 모바일 생태계를 놓고 정부와 업계가 신중하게 방향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은 유독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창업정신을 내세우며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추면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온다 △인터넷은 민주주의가 통하는 세상이다 △부정한 방법을 쓰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경영철학을 내세워 오던 구글이 최근 세계 모바일 산업에서 사악한 기업으로 지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구글은 강력한 경쟁자인 네이버나 다음의 검색엔진을 스마트폰에 선(先)탑재하지 못하도록 기술적 우위를 내세워 불공정경쟁을 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당했다. 지난 10여년간 세계적으로 독점기업의 대표로 불리던 마이크로소프트(MS)까지 나서 구글의 불공정경쟁 행위를 제소해 놓은 상태다.

■구글, 모바일 세상의 ‘evil’되나?

MS가 지난달 유럽연합(EU)에 구글을 반독점 혐의로 제소한 것은 스마트폰과 무선인터넷에서 구글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MS는 ‘윈도폰’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에서 구글이 이 회사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의 검색을 제한하고 있다는 등의 혐의를 내세웠다.

유선 인터넷이 중심이던 2000년대까지 반독점 분쟁의 단골 대상이던 MS가 다른 회사를 상대로 반독점 제소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위치정보 전문기업 스카이훅와이어리스는 지난해 9월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구글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조장했다며 역시 미국 법원에 구글을 제소했다. 스카이훅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OS와 호환성 인증을 구실로 일부 스마트폰에 대한 스카이훅 서비스 탑재를 배제시키고, 제조사들과 사업 계약에서도 훼방을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네이버·다음이 공정위에 신고한 내용과 비슷한 분쟁이 해외에서도 터지고 있는 것이다. 구글은 이외에도 전자책(e북) 서비스 ‘구글 북스’ 관련 저작권 분쟁 및 경쟁사들의 소송, 도로를 따라 실제 거리사진을 보여주는 ‘스트리트 뷰’ 관련 개인정보 무단수집 및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는 완전 개방형 OS이고, 제조사들이 자유롭게 선택해 쓰는 것일 뿐”이라며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풍요로운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불가피한 사생활 침해는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예방하지만, 그렇다고 구글의 경영철학이 바뀔 일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선택권제한, 기업지원 소홀..불만 급증

불공정경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 말고도 구글에 대한 원망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국내 대표적인 모바일 벤처기업 카카오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관련 푸시 서버를 제공하지 않아 이동통신망에 부담을 준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푸시 서버는 특정 정보나 메시지등을 이용자에게 특정시간마다 자동으로 보내주도록 정보를 보관했다가 전달하는 저장서버다.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공급하는 리서치 인 모션(RIM)이나 애플은 자체적으로 푸시서버를 설치해 놓고 있지만, 구글은 아직 푸시서버 임시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정보 전송량이나 OS 버전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애플리케이션 개발회사나 이동통신사들이 자체 서버를 늘려야 하는 실정이다.

■MS의존 전철 피해야

현재 국내 인터넷 업계는 액티브X 의존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액티브X는 MS의 인터넷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화려한 그래픽이나 팝업 기능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의존도가 98%에 달해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액티브X를 이용해 만들어졌고, 개발자들도 모두 액티브X에 익숙해 금융사들의 온라인뱅킹이나 정부부처의 인터넷 사이트들도 대부분 액티브X로 만들어져 있다.

최근 3∼4년 사이 액티브X가 보안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액티브X 활용을 제자하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오고 있지만 액티브X에 익숙한 대부분의 개발자와 사용자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또 우리나라의 국민소프트웨어로 불리던 ‘한글’도 위협을 받고 있다. MS의 워드 프로그램에 한걸음씩 시장을 내주던 것이 이제는 일반 시장에서는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MS의 메신저 서비스와 경쟁을 벌이던 토종 메신저들도 대부분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한 ICT 산업 전문가는 “유선인터넷 세상은 MS의 경영방침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도로 짜여져 있고, MS에 경쟁하겠다는 서비스나 소프트웨어는 한국시장에 발을 붙일 수 없게 돼 있는 게 현실”이라며 “스마트폰 등장 이후 구글이 MS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을 뿐 달라지는 게 없다”고 지적한다.
이 전문가는 “MS 과다 의존 때문에 생긴 시행착오를 모바일 세상에서는 재현하지 않도록 정부와 산업계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ostman@fnnews.com권해주 조윤주 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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