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모바일 장터’ 30% 수수료 주고 나면 콘텐츠 유통 사업 불가능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7.10 17:24

수정 2011.07.10 17:24

" 'PC의 세계'로 갈 생각은 없다. 기존 기득권과 사업 장애물이 많은 PC를 버리고 모바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겠다."

약 6개월 전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던 한 벤처기업 대표가 내놓은 말이다. PC의 세계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건 개방된 웹의 환경이 아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집중하겠다는 뜻이었다.

최근 2년여 동안 국내 모바일 벤처기업들은 애플·구글이 열어놓은 애플리케이션 시장에 온갖 노력을 집중했다. 빈부격차가 없고 로비를 벌일 필요도 없는 애플·구글의 장터는 매출의 30% 수수료만 내면 홍보·마케팅, 세금, 외환거래 문제까지 단숨에 해결해주는 신천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단순 디지털 콘텐츠 생산자가 아닌, 디지털 콘텐츠를 유통하거나 거래를 중심으로 작지만 모바일 생태계를 갖춰 보려는 기업들은 애플·구글에 대한 의존이 오히려 혼란의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애플이나 구글 같은 장터 운영업체들에 30% 수수료를 주고 나면 디지털 콘텐츠 유통 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콘텐츠 지배자' 꿈꾸는 애플의 야심

'앱스토어'에서 디지털 콘텐츠 유통은 애플만 해야 한다는 게 이 애플의 방침이다. 따라서 앱스토어에 게임, 음악, 전자책(e북) 등 단품 콘텐츠를 공급하는 기업이나 개발자는 환영하지만, 애플의 유통권한을 침범하는 회사는 더 이상 장사를 하기 어렵게 한다는 게 애플의 전략이다.

결국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막강한 장터와 '아이폰' '아이패드' 등 매력적인 기기를 연계해 세계 디지털 콘텐츠 거래의 중심이 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예전엔 앱스토어를 열어놓고 고가 아이폰으로 상당한 수익을 냈지만 이제는 그 반대의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관동대학교 명지병원 정지훈 정보기술(IT) 융합연구소장은 "머지않아 애플은 반드시 저가 아이폰을 내놓을 것"이라며 "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아이폰의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디지털기기를 싸게 공급하고 콘텐츠와 서비스 플랫폼으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전략이 엿보인다"고 밝혔다.

■30%룰에 동참하는 페이스북

7억5000만명의 가입자를 모은 페이스북은 애플이 '30% 규칙'을 공고히 하기 시작한 이달 1일 나란히 30% 수수료를 받는 수익모델을 일괄 적용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이라는 인맥구축서비스(SNS) 플랫폼과 연계해 인맥구축게임(SNG) 사업을 하려는 기업은 페이스북의 결제 수단을 반드시 적용하고 매출의 30%를 줘야 한다.

페이스북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장터가 아닌 개방된 유선 인터넷에서 출발했다. 동시에 핵심기반기술(API)을 개방해 제2, 제3의 개발자들이 페이스북 관련 애플리케이션이나 게임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게 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서진호 개발자플랫폼전도그룹장은 "과거의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예전에도 우리나라에서 우수한 웹서비스를 만들고도 API 개방에 소홀해 자체 생태계를 구현하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되풀이되고 있어 아쉽다"는 뜻을 밝혔다.

■고압적 장터 운영 개선할 국제논의 시급

미국은 이미 5∼6년 전부터 통신망을 구축한 사업자들이 과도한 통신량을 유발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망 중립성' 논의를 주도해왔다. 이 때문에 미국의 망 중립성 정책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관련 논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시장에서는 전통적인 통신망 사업자보다는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처럼 통신망을 이용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성장세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형 망 중립성 논의는 통신망 사용기업의 편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IT 관련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망 중립성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장터 운영에 대한 독점력 판단 같은 다양한 정책들도 미국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면 정책의 공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이 때문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상당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애플·구글이 각사의 운영전략에 따라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논의를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를 통해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 본격화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홍진배 인터넷정책과장은 "한때 애플이 앱스토어보다 낮은 가격으로 경쟁사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 '최혜고객대우' 조항을 적용하기도 했는데,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한 '플랫폼 중립성' 논의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개발자들이 웹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적극 개발·유통할 수 있도록 국내외 통합형 웹 애플리케이션 장터(WAC, Wholesale Application Community)를 활성화시키는 데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postman@fnnews.com권해주 이설영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