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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제약사 구조조정 회오리

허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1.27 17:14

수정 2011.11.27 17:14

#1. C사는 최근 경영여건이 악화되면서 그룹 임원 30여명을 사실상 정리했다. 이 중에는 내년 가장 큰 매출 타격이 예상되는 제약분야 임원 2명도 포함됐다.

#2. K사는 연차가 높은 공장장 2명을 젊은 인력으로 교체했다. S사는 지난해 영입한 연구개발 책임자를 불과 1년여 만에 내보내기로 했다.

매출 1000억원 내외 중견 제약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 국내 제약사들은 위축된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인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왔지만 약가인하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매머드급' 악재를 만나자 암암리에 인원 감축을 시도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27일 "대형 제약사에 비해 자립기반이 취약한 중견 제약사들은 반값 약가인하가 현실화되기도 전에 수익 악화를 우려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며 "조직과 직원에 애착이 강한 1세대 오너들과 달리 유학파 경영학석사(MBA) 출신 오너 2세들이 구조조정에 개방적인 편"이라고 귀띔했다.

■생산·연구직 구조조정 1순위

알짜 영업을 해오던 중견 제약사들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면서 중하위권 제약사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위기에 직면한 보직은 생산·연구 분야다.

K제약 등 일부 회사의 관리자급 생산직들은 대기발령이나 일방통보식 인사조치로 사실상 해고 위기에 몰렸다. 마이너스 경영에 허덕이던 S제약은 지난해 의욕적으로 영입한 해외 대기업 출신 연구개발 책임자에게 사실상 퇴직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S제약은 3·4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순이익은 무려 10분의 1 이상으로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퇴출되더라도 전문지식과 경험을 살려 다른 회사에 재취업할 수 있었지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

제약 관련 헤드헌터 대표는 "제약사들이 구조조정이나 자연 퇴직에 따른 인력 공백을 채우지 않고 있기 때문에 퇴직인력들의 재취업이 극도로 경색됐다"며 "지금 퇴직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미 FTA가 제약업 구조조정을 앞당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배기달 애널리스트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한·미 FTA가 보호장벽이 되겠지만 제네릭(복제약)에 의존하는 영세 업체들에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한·미 FTA는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인하와 맞물려 국내 제약업 구조조정을 앞당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업·마케팅은 오히려 '귀하신 몸'

반면 회사의 리베이트 관계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영업·마케팅 인력들은 구조조정에서 제외됐다.

약가인하 등 정책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어느 정도의 조직개편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하지만 영업·마케팅 인력은 리베이트와 관련된 시한폭탄으로 치부돼 구조조정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 인력시장이 요동칠 조짐을 보이자 헤드헌터들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리베이트라는 영업수단을 사용할 수 없게 된 회사들은 제품 마케팅 전략을 다시 짜기 위해 위해 프로덕트매니저(PM) 영입에 나섰다.


내년부터 실제적인 매출 타격을 우려하는 회사들은 전체 사업계획을 다시 짜고 해외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과 해외사업 관련 인력을 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pado@fnnews.com허현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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