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자가면역·당뇨 등 환자 맞춤형 치료 길 열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8 01:00

수정 2014.10.28 06:30

차병원 줄기세포연구팀이 성공한 성인의 체세포를 이용한 '복제줄기세포주'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번 연구는 지난 2013년 미국 오리건대학 연구진이 확립한 체세포줄기세포에서 한 단계 나아갔다는 평가다. 당시 오리건 연구진은 우수한 질의 공여 난자와 태아 유래 체세포를 이용해 체세포복제줄기세포 확립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대부분은 성인이다.

차병원 줄기세포연구팀 이동률 박사는 17일 "이번 연구는 35세와 75세의 성인 남성으로부터 기증받은 체세포를 이용해 체세포 복제를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왜 체세포줄기세포인가

줄기세포 치료제의 종류는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역분화줄기세포 등이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황우석 박사가 시도했던 난자와 정자가 수정된지 14일 이내의 미분화세포를 말한다.
이 세포는 아직 분화되기 전이기 때문에 다양한 세포로 분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난자를 채취해야 하므로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태아의 제대혈(탯줄혈액)이나 다 자란 성인의 골수와 혈액 등에서 추출해낸 것으로 뼈와 간, 혈액 등 장기의 세포로 분화되기 직전의 원시세포다. 이 줄기세포는 대량화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 본인의 줄기세포가 아닌 타가성체줄기세포의 경우에는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게 역분화 만능줄기세포다. 이는 줄기세포가 아닌 정상세포를 특정 물질을 처리해 분화의 순서를 거슬러서 줄기세포를 만든다. 차병원이 실시한 체세포복제줄기세포는 핵을 제거한 난자에 체세포를 도입하는 방식이고 유도만능줄기세포(iPS)는 체세포에 유전자 변형을 일으켜 초기의 줄기세포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 박사는 "체세포복제줄기세포는 iPS에서 우려되는 유전자 변형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많은 동물실험결과 체세포복제줄기세포가 분화능력이 가장 뛰어나고 환자맞춤형 세포치료에 가장 우수한 모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병원 연구팀은 체세포복제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35세와 75세 성인 남성의 체세포(피부)와 건강한 4명의 여성에게 77개의 난자를 기증받았다. 기증된 난자에서 난자의 유전물질을 제거하고 체세포와의 융합을 통해 체세포복제배아를 생산했다. 5~7일간의 배양을 통해 포배기로 발생한 배아로부터 정상적인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했다.

■1∼2년후 임상 신청 예정

현재 연구팀은 77개의 난자를 제공받아 2개의 줄기세포주를 확립했다. 성공률이 2.6%로 낮다. 이 박사는 "이번 연구는 심혈관계, 당뇨, 자가면역, 골절 골다공증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세포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성공률이 낮지만 난자 내 요인을 찾아낼 경우 1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차병원그룹은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망막변성증에 대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이 완료 단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박사는 "망막상피세포 상용화를 위해서는 전임상과 독성실험 등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1~2년 정도 후에 임상시험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건강한 난자 확보다. 차병원그룹은 난자 얻는 일이 어려워 연구를 위해 지난 2009년 정부 허가를 받은 후 미국으로 옮겨갔다.
이 박사는 "인공수정 시 과배란을 하게 되면 난자가 평균 12개가량 배란되는데 20개 이상이 나오는 경우에는 기증을 받아 사용하면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연구용 난자 기증 제도를 완화하면 충분히 국제경쟁력을 가지고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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