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카이스트, 햇빛 아래서도 선명한 디스플레이 원천기술 개발

김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07 10:17

수정 2014.05.07 10:17

국내 연구진이 햇빛 아래에서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차세대 반사형 디스플레이의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카이스트(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고(故) 양승만 교수 연구팀이 광식각 공정을 이용해 차세대 광학소재로 주목받는 광결정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미세패턴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재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 지난 4월 16일자에 게재됐다.

카이스트는 "이번에 개발된 광결정 미세패턴은 햇빛 아래에서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차세대 반사형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별도의 광원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한번 충전으로 수일 이상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광결정을 인공적으로 제조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대부분 덩어리 형태로 만들어 제작 효율성이 떨어졌다. 또 형성된 구조의 기계적 안정성이 낮아 상용화가 어려웠다.
나노 구조에 의해 빛의 선택적 반사가 일어나는 물질을 광결정이라고 하는데 오팔보석이 대표적이다. 오팔은 색소가 없지만 표면의 규칙적인 나노 구조로 인해 특정 파장의 빛만이 반사돼 우리 눈에는 다채로운 빛깔로 보인다.

이에 연구팀은 오팔 보석이 갖고 있는 나노 구조를 모방했다.

연구팀은 자외선에 의해 광경화가 일어나는 물질 위에 오팔보석과 동일한 나노 구조로 유리구슬을 배열하고 고분자 물질 내부로 함침했다. 이후 자외선을 미세영역에 선택적으로 노출한 다음, 나머지 영역을 현상해내는 광식각 공정을 이용해 광결정을 미세한 패턴으로 제조하는데 성공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광식각법은 반도체 공정에서 주로 사용되는 패턴 형성법으로 자외선 노출에 의해 광경화가 일어나는 감광성 고분자에 선택적인 자외선 노출 후 노출되지 않은 부분을 현상함으로써 미세 패턴을 형성하는 방법이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김신현 교수는 "반도체 공정 기술을 광결정 패턴기술과 결합해 광결정의 실용화 기술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며 "향후 전력소모가 매우 낮은 차세대 반사형 컬러 디스플레이 소자를 구성하는 핵심 광학소재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한편, 고 양승만 교수는 콜로이드 및 유체역학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로 지난해 9월 불의의 의료사고로 고인이 되기 직전까지 연구를 진행해왔고 국제 저명학술지에 193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2007년에는 듀폰 과학기술상, 2008년 올해의 KAIST인상, 2009년는 경암학술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고인이 된 후 지난 3월에는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연구진들은 고인을 기리며 이번 연구 결과를 양 교수에게 헌정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지원하는 창의적연구진흥사업으로의 일환으로 카이스트 광자유체집적소자 연구단에서 진행됐다.

bbrex@fnnews.com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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