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창조경제는 안녕하십니까] (중) ‘한지붕 두 시어머니’의 폭풍 잔소리, 며느리는 괴로워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1 17:09

수정 2014.10.25 00:42

[창조경제는 안녕하십니까] (중) ‘한지붕 두 시어머니’의 폭풍 잔소리, 며느리는 괴로워

#. 국내 한 이동통신사의 대외협력 부서 임원 A씨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순차 영업정지기간이던 지난 3~5월 동안 정부과천청사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어야 했다. 통신산업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인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불법 보조금 살포와 사전 영업 의혹 등을 제각각 조사하면서 일주일에 2~3번씩 이쪽 저쪽 불려다니며 자료 제출, 소명 절차 등으로 과천을 출근하다시피 했다. A씨는 "(영업정지라는) 같은 행정처분에 대해 두 부처가 별도로 실태조사를 하니 불필요한 중복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이럴 거면 방통위를 왜 분리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해 4월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기존 대통령 직속 합의기구인 방통위에서 '미래부-방통위'로 분리된 지 1년이 넘었지만, 당초 기대했던 정보통신기술(ICT) 융합과 진흥-전문규제라는 정책 효율성은 간 데 없고, 시어머니만 둘로 늘어나 '이중규제'와 '정책 혼선'만 난무하고 있다. 이 때문에 ICT 산업 발전에 두 시어머니의 서로 다른 잔소리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엇박자 내는 '미-방 형제'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부와 방통위의 업무중복 사례로는 오는 10월 시행을 앞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 유통법)이 대표적이다.

방통위가 지난 9일 보조금 상한선과 시장 과열 시 긴급중지 명령 등을 골자로 하는 단말기 유통법의 하부 고시안 6개를 마련해 발표하자, 다음 날인 10일에는 미래부가 요금제에 따른 보조금 차별 기준과 분리요금제 도입 등을 담은 하부 고시안 5개를 별도로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보조금 지급 원칙에 대해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는 문제가 발생했다. 방통위는 "앞으로는 가입 유형과 성별 등에 대해서는 동일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지만 이튿날 미래부는 "요금제에 따라 동일한 이통사에서도 동일 단말기에 보조금을 차등 지급할 수 있다"고 고시안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 통신정책국 관계자는 "양 부처간 보조금 지급 원칙이 다른 게 아니라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고시 항목별로 제정 부처를 분리하다보니 소관 사항만 발표하게 된 것"이라며 "요금제별 차등은 상위법에서 인정하기로 정해져 있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특히 시장의 초미의 관심사인 분리공시에 대해 미래부와 방통위는 '엇박자'를 보였다. 미래부는 단말기 유통법 시행 시 보조금 주체와 처벌 근거 등의 명확성을 위해 이통사와 제조사 보조금을 구분해 홈페이지 등에 공시하자는 반면, 방통위는 '모법에 근거가 없어 고도의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분리공시 여부에 입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래부-방통위, 업계 대리전?

올 하반기 방송통신 시장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700㎒ 주파수 활용도 미래부와 방통위의 혼선이 우려되고 있다. 방송과 통신, 재난망 등이 경쟁 중인 700㎒ 주파수에 대해 미래부와 방통위가 공동연구반을 꾸려 최적의 활용방안을 찾고 있지만, 지상파 방송사를 관장하는 방통위는 지난 2기 상임위에서 "울트라고화질(UHD) 방송 상용화를 위해 700㎒를 '방송용'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 논란이 됐다.

미래부가 ICT 산업계, 방통위가 방송계를 각각 대변하며 대리전을 펼칠 조짐마저 보이는 셈이다. 한 정부 내의 두 부처가 각각 관장하는 업계의 입장만 대변할 뿐, 정부차원의 거시적 정책목표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모양새는 아직까지도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경희대 강병민 교수는 "미래부와 방통위가 부처 간 업무와 역할에만 집중하면서 융합이 원활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단통법뿐 아니라 종합케이블방송(SO)과 위성 등의 인허가 관련 법령 제·개정, 통신-방송용 주파수 관리, 방송통신발전기금 관리 분배, 지상파방송 재송신 등 정책적 충돌이 우려되는 현안들이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통신 규제에 사라진 ICT융합

미래부는 과거 정보통신부와 방통위에서 진행하기 어려웠던 ICT융합 정책을 통해 신생 기업들이 창업하고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설립취지를 갖고 태어났다. 그러나 1기 미래부는 통신규제에 집중하느라 정작 설립 목표인 ICT 융합 정책은 제대로 추진한 게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래부는 장관 직속의 '창조경제기획관'을 '창조경제기획국'으로 전환해 제1차관 소속으로 개편했다. 이런 미래부 인사를 둘러싸고 관가에서는 "차라리 창조경제 성과 창출 차원에서 장관 직속으로 놔뒀든가, 아니면 창조경제 전문가로 평가되는 제2차관 소속으로 이동시켰어야 했다"는 비판을 내놨다.

이 때문에 2기 미래부는 내부 조직정비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양형욱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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