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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 소녀 강남세브란스서 귀를 되찾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4 20:17

수정 2014.10.24 22:28

우즈벡 소녀 강남세브란스서 귀를 되찾다

우즈베키스탄 소녀가 한국에서 귀모양을 되찾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나눔의료사업'을 통해 우즈베키스탄 무하밭의 귀를 만들어줬다고 24일 밝혔다.

무하밭의 오른쪽 귀는 항상 머리카락 속에 감춰져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귓바퀴와 귓구멍이 발육되지 않고 귀가 흔적만 남아있는 '선천성 소이증'을 보였기 때문이다.

귓구멍이 뚫리지 않았지만 속귀의 구조물 보존 상태가 좋기에 소리가 뼈를 통해 전도돼 어느 정도는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귀를 감춰야 했다.


그러던 중 지난 해 여름, 우즈베키스탄의 카라칼팍스탄 누스크 지역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던 박진석성형외과 박진석 원장을 만나 진료를 받게됐다.

그는 해당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지닌 강남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윤인식 교수에게 소녀를 연결해줬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 호젤리시의 국립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며 홀로 무하밭을 포함한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어머니 나지굴씨의 한 달 수입은 고작 미화 145달러 수준.

이 사정을 들은 윤 교수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사회사업팀의 도움으로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나눔의료사업'에 무하밭 소녀의 지원을 요청했다.

또 병원측에 무하밭 소녀의 수술 및 치료비 지원을 요청해 '강남세브란스병원 1% 나눔기금'의 도움을 받아 무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길도 마련했다.

마침내 지난 7월 4일, 부푼 희망을 품고 강남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윤 교수는 무하밭 소녀의 오른 귀를 다시금 찬찬히 살피고 왼쪽 귀의 모양을 뜨는 등 수술 계획을 점검했으며, MRI와 청력검사 등 최종 검사도 면밀하게 시행했다.

지난 7월 7일. 드디어 무하밭에게 예쁜 귀를 선사하기 위한 수술이 시작됐다. 오전 8시부터 시작 된 수술은 오후 4시까지 8시간 동안 이어졌으며, 어머니 나지굴씨는 수술실 앞에서 기도를 하며 성공적인 수술을 기원했다.

윤 교수팀은 소녀의 갈비뼈 연골을 이용해 귀 형태를 만들고 이를 삽입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원래 '선천성 소이증' 수술은 갈비뼈 연골 귀 형태를 1차로 삽입하고 약 6개월간 여유를 둔 후, 붙인 귀의 뒷면을 들어올려 정상적인 귀의 각도를 세워주는 2차 수술로 구성된다.

하지만 무하밭 소녀의 형편상 두 번 한국을 방문하기 쉽지 않기에 윤 교수팀은 한 번에 정상적인 귀 형태를 만들어 주고자 노력했다.


무사히 수술을 마친 3주 후. 어머니 나지굴씨는 "정상인과 다름없는 귀 형태를 갖게돼 너무 행복하다"며 "수술 후 예상보다 회복이 훨씬 빨랐으며, 통증도 없어 만족하고 대한민국의 의료기술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처음엔 힘든 표정을 짓던 무하밭이 수술 후 활짝 웃음 짓는 모습을 보면서 커다란 보람을 느낀다"며 "내후년 즈음 우즈베키스탄 현지로 건너가 만들어준 귀의 모양을 조금 다듬는 2차 수술을 시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무하밭 소녀는 24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마련하는 '환송회' 행사를 치렀으며 25일 고향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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