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사진)게임서 日 군국주의 상징 ‘욱일승천기’ 논란

백인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7.29 15:14

수정 2014.11.06 08:50


(사진 2장 화상에)

독도를 두고 일본과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오는 10월 국내 발매예정인 글로벌 게임에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 문양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게임회사 EA가 개발중인 대작 게임 ‘커맨드 앤 컨커 : 레드얼럿 3(이하 레드얼럿 3)’ 얘기다.

가상 세계대전을 다룬 이 게임은 군사 강국으로 성장한 ‘떠오르는 태양의 제국’이 강력한 해군력으로 태평양 지역을 점령해, 소련이나 미국과 전쟁을 펼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태양의 제국’은 2차대전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을 모티브로 삼아 등장하는 전투기나 로봇 등에도 욱일승천기 무늬가 새겨져있는 등 일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배경에 거대한 욱일승천기를 휘날리는 동상이 등장하는 등 일본의 군국주의 색채가 뚜렷하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열띤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반일 감정이 큰 우리나라에서 받아들이기엔 무리한 게임 설정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바이오지나’라는 한 누리꾼은 “욱일승천기는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이자 비뚤어진 일본의 역사관을 상징하는 코드”라며 제작사를 성토하고 나섰다. 그는 “게임을 하는 청소년들이 전장에 거대한 욱일승천기가 휘날리는 것을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며 “이러한 게임이 한국에서 발매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커맨더’라는 블로거도 “EA같은 큰 제작사에서 욱일승천기를 넣은 게임을 발매한다면 앞으로 다른 게임에서도 사용될 여지가 생긴다”며 “최소한 한국에서만큼은 이러한 게임 내용에 대해 수정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또 “독일에서는 나치의 상징인 ‘철십자’ 문양이 영화나 게임, 창작물 등에 사용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단순히 게임일 뿐이란 의견도 나왔다. ‘Arya’라는 누리꾼은 “게임은 어디까지나 게임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이렇게 따지자면 지금 한국에 들어와있는 군국주의 색채를 띈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등의 제품 역시 불매운동을 벌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누리꾼들의 냉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송이’라는 누리꾼 역시 “게임을 제작할 때 제국주의, 반제국주의, 민족주의 이념을 소재로 설정한다면 욱일승천기도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개발자 크리스 코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게임에서 과거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을 묘사한 내용은 없다”고 해명했다. 제작사는 동북아 외교 문제를 고려해 일본이나 한국 등 실제 국가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등급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국민들이 일본 문제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이는 반사회성 부문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게임이 발매된 후 전체 맥락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이후에도 일본 군국주의적 표현과 관련해 문제가 된다면 이용자 연령 기준을 조정하는 등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EA측이 만일 이러한 게임 내 표현을 수정한다면 선정성이나 폭력성 등의 게임 내용에 다른 문제가 없는 경우 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레드얼럿3’의 국내 발매는 올 10월로 예정되어 있다.


한편, 오는 30일에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제 823차 일본대사관 앞 항의집회가 있을 예정이다./fxman@fnnews.com백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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