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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요금경쟁이 ‘무선랜 휴대폰시대’ 열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0.23 14:20

수정 2009.10.23 14:20

▲ 다음 달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시되는 KT의 무선랜 탑재 일반 휴대폰 ‘KTT-F110’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요금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일반 휴대폰에 무선랜(와이파이) 기능이 적용되기 시작한 건 이동통신사들의 요금인하 경쟁이 도화선이 됐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가입자 비율이 5(SK텔레콤)대 3(KT)대 2(LG텔레콤)로 굳어져 한 회사가 파격적인 전략을 내놓으면 다른 2개 회사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도다. 이런 상황에서 무선랜을 이용한 개인 가입자 타깃의 저렴한 유·무선 융합(FMC) 서비스가 출현하자, 이동통신사들이 일제히 무선랜 기능을 확대 적용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이동통신사들은 매년 국회와 시민단체들의 요금인하 요구에 못 이겨 통신서비스 결합상품이나 주로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인하방안을 내놨다. 이러한 대응은 소비자들이 일일이 자신에게 적합한 요금할인 모델을 선택하고 이동통신사를 옮기거나, 새로운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있었다.

앞으로 무선랜 기능이 일반 휴대폰에 적용되면서 국민 모두가 일률적인 요금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건 국내 이동통신 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저렴한 FMC-FMS 서비스 본격화..무선랜 휴대폰 대두

국내에서 무선랜 탑재 일반 휴대폰이 출현하는 계기는 KT가 제시했다. KT는 지난 6월 옛 이동통신 자회사 KTF와 합병을 하면서 유선과 무선통신 분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일 야심차게 내놓은 게 FMC 서비스다.

KT FMC는 전용 휴대폰을 이용해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 무선랜 지역에서 저렴한 인터넷전화 요금으로 통화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보통 휴대폰으로 다른 이동전화 가입자에게 전화를 걸면 10초당 18원이 들지만, KT FMC 서비스 지역에선 10초당 13원만 내면 된다.

2000원짜리 모바일게임 하나를 받는데 무려 8000원 이상의 데이터통화료가 들었던 무선인터넷 요금도 파격적으로 줄일 수 있게 했다. 무선랜으로 무선인터넷을 하면 데이터통화료가 공짜다. KT는 올해 출시하는 3종의 FMC폰 중 하나는 가입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저가 3G폰으로 내놓기로 했다.

KT의 도발은 선두사업자인 SK텔레콤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SK텔레콤은 KT가 FMC 전략을 발표한지 일주일만에 FMC는 물론 유·무선 대체(FMS) 서비스까지 제공하겠다며 맞섰다. FMS는 이동전화 가입자가 집이나 학교, 회사와 같은 특정 지점 한 곳을 선택하면 반경 50m 이상의 범위에서 이동전화를 KT FMC폰의 통화료와 같은 인터넷전화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KT가 90% 정도(약 1800만 가입자)의 가입자를 쥐고 있는 집전화 시장까지 파고들 수 있는 저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FMS 가입자가 할인지역을 집으로 설정하면 휴대폰을 이용해 KT 집전화보다 더 싼 요금으로 통화를 할 수 있기 때문.

SK텔레콤은 FMS와 FMC 전략을 동시에 발표하며 내년 1분기 일반폰에도 무선랜 기능을 넣어 자사 2400만 가입자들이 손쉽게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1월1일 LG데이콤, LG파워콤을 흡수 합병해 유·무선 통신 종합회사로 거듭나는 LG텔레콤 역시 내년부터 선보일 FMC 전략을 미리 공개했다. 무선랜 기능을 스마트폰은 물론 일반폰에도 넣고 통화료는 SK텔레콤, KT보다 좀 더 싸게 적용키로 했다. 무선랜 지역에서 휴대폰으로 유선전화에 걸 땐 3분당 38원, 이동전화에 걸 땐 10초당 11.7원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이동통신 요금인하 이번엔 ‘진짜’다

이동통신사들이 지난 9월 말 마치 ‘연례행사’처럼 발표한 요금인하 방안은 전체 가입자들이 요금이 줄어드는 효과를 얻기엔 한계가 있다. 국내에서 이용자가 1∼2%에 불과한 스마트폰 전용 할인요금제처럼 수혜대상이 제한적인 방안을 주로 내놨기 때문이다.

이번 FMC 경쟁은 다르다. 이동통신사들이 FMC 전략의 일환으로 무선랜 기능을 일반폰에 확대 적용키로 하면서 국내 4700만 가입자 전체가 휴대폰 교체시기에 무선랜 탑재폰을 구입해 요금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

무선랜 기능이 있는 휴대폰을 사용하면 가정이나 대학교, 주요 커피숍 및 공원, 거리 등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무선접속장치(AP)가 설치된 지역에서 저렴한 인터넷전화 요금으로 통화를 할 수 있다.

유선 초고속인터넷처럼 요금부담 없이 휴대폰으로 무선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건 물론이다. 무선랜 지역에서 휴대폰으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하면 콘텐츠 이용료(정보이용료)만 내면 되고 이전처럼 내려 받는 데이터량에 따라 부과되는 데이터통화료는 내지 않아도 된다.

뿐만 아니라 세계 5억명 정도가 쓰는 스카이프와 같은 모바일 인터넷전화 프로그램을 휴대폰에 설치하면 무선랜 지역에서 모바일 인터넷전화 이용자 간 무료로 통화를 할 수 있다.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 회사에 가입해 세계 40여개국에 거는 국제전화도 1분에 약 20원 정도로 싸게 이용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무선랜 휴대폰이 무선인터넷 데이터통화료 부담을 없애주면서 국내에서 지지부진했던 무선인터넷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국내에서 이동통신사들의 매출 가운데 데이터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로 30∼40%까지 이르는 일본, 미국, 유럽 국가들에 비해 무선인터넷이 꽉 막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무선인터넷 이용률도 10.8%에 그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유선인터넷 분야에서 세계 일류지만 무선인터넷은 이동통신사들의 폐쇄적인 사업환경으로 경쟁국에 뒤처져왔다”며 “무선랜 휴대폰의 대두는 방통위의 활성화 대책과 맞물려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을 급속히 키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postman@fnnews.com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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