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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가 Moeny?] 옴니아, 최고 기술로도 아이폰 추격자

노현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4.26 16:16

수정 2014.11.06 20:25

#‘아이폰 대항마’로 불리며 70만여대가 팔려나간 삼성 ‘옴니아2’. 통화불량은 물론 속도저하 등 시스템 오류로 인한 문제가 급증해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많은 수의 옴니아2 사용자들이 삼성전자와 SK텔레콤에 보상을 요구하고 있고 일부 사용자들은 옴니아2를 망치로 부수거나 불을 지르는 등 불만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정보기술(IT) 강국’의 명맥을 유지했던 하드웨어 부문에서도 IT강국 타이틀이 흔들리고 있다. 아이폰 혁명 이후 시대의 흐름을 놓친 대가로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는 창조자에서 추격자로 위치가 바뀌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옴니아2의 하드웨어 성능을 보면 ‘아이폰3GS’에 절대 밀리지 않는다. 중앙제어장치인 CPU속도는 대략 비슷하지만 배터리가 교체가 되며,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기능에 500만화소 카메라,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까지 어느 하나 뒤지지 않는다.


우수한 성능의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는 옴니아2가 추격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개별 하드웨어는 뛰어 나지만 이를 바탕으로 융합하거나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스마트폰 ‘쇼크’를 안겨준 아이폰도 정작 핵심부품은 우리나라 제품이라는 점은 이를 입증한다. 애플의 최신폰 아이폰4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업체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약 10여곳에 이른다. 이 때문에 IT전문가들 사이에선 아이폰4는 사실상 삼성과 LG의 합작품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결국 개별 하드웨어의 우수성을 조합해 얼마나 사용하기 편리하게 ‘최적화’하느냐가 휴대폰의 성패를 가른 셈이다. 설계단계부터 프로그램에 최적화된 아이폰보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쓰는 국내 스마트폰 제품에 초기 오류가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최적화된 기기는 사용 편의성도 높아 국산 스마트폰처럼 두꺼운 사용 설명서도 필요치가 않다.

물론 일반 휴대폰(피처폰)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컴스코어가 조사해 발표한 2월 미국 휴대폰 시장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4.8%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LG전자(20.9%)와 모토로라(16.1%)가 이었다. 피처폰에선 여전히 삼성전자가 한 수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보면 상황은 역전된다. 시장 전문 분석기업인 닐슨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애플과 리서치인모션(RIM)사의 블랙베리가 27%로 가장 높다.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5%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플랫폼으로 쓰는 스마트폰 제조사 중 대만의 HTC(12%)와 모토롤라(10%)에도 뒤졌다.

피처폰에서는 새로운 트랜드를 선보이며 업계를 주도 했던 국내 IT업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경쟁사를 따라가기 벅찬 모습이다. 삼성은 한해 9조원 가량의 부품을 애플에 공급하면서도 애플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첨단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닌텐도와 같은 창의적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국내 IT산업에 새로운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 고유의 차별적 경쟁력을 갖기 위해 지식의 융합을 주도할 수 있는 ‘글로벌 이노베이션’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애플을 비롯한 미국 IT 기업의 강점은 하드웨어 기업이 기술적 우위성을 활용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면서 “인텔, 시스코와 같이 IT 하드웨어의 독점적 기술기반을 부각시키는 글로벌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자국의 기술이나 서비스 모델에 지나치게 집착해 세계화를 못할 경우 소니와 같은 생태계 고립(갈라파고스) 현상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현재 확보하고 있는 고유 기술을 강력한 독점기술로 만들기 위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지, 무엇을 통해 그 기술의 파급효과를 극대화시킬지, 한 번 확보한 기술을 이용해 관련 시장의 확대를 유도하고 고수익을 추구하면서 글로벌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지에 대해 국내 IT기업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it8129@fnnews.com노현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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