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멜라민 공포’에 떨고 있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9.25 17:25

수정 2014.11.05 13:03



국내 시판 중인 과자에서도 멜라민(Melamine) 성분이 검출되면서 중국발 ‘멜라민 분유’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멜라민이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되는지 전문가들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멜라민이란

멜라민은 공업용 화학물질로 암모나아와 탄산가스로 합성된 요소비료를 가열해 생산된 물질이다. 주로 플라스틱, 염료, 접착제의 원료로 사용된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으로는 주방에서 가스레인지나 전자레인지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형형색색의 주방용 플라스틱이 대표적이다.

멜라민 식기나 주방용품은 이론적으로는 347도가 돼야 녹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뜨거운 프라이팬의 기름이나 열기에 서서히 녹아내려 음식물에 혼합될 수도 있으므로 멜라민 주방기구나 식기가 무조건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통상적으로 멜라민은 음식물에서는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 비록 소량 검출된다 해도 독성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동물사료 및 유제품의 품질검사 과정에서 일부 기관이 고가의 단백질 농도 측정법 대신 경제적 이유로 단백질의 주요 구성성분인 질소함량을 측정하는 방법을 쓰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일부 비도덕적인 동물사료 업체 및 우유 가공업체에서 고질소화물인 멜라민 또는 시아누릭산을 사료나 우유 등의 제품에 첨가, 질소함량을 높이는 방법으로 품질검사를 통과해 왔던 것이다. 멜라민을 우유에 넣으면 단백질함량이 높아져 고급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한다.

■신장계통 질환 일으킨다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에서 멜라민 성분이 들어 있는 습식사료를 먹고 탈이 난 개와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대부분 신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보건당국은 멜라민 성분이 신장에 결정화된 물질을 만들고 이 때문에 신장의 분비기능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게 됐다.

이 사건 이후 멜라민에 의해 유발될 수 있는 신장계통의 질환은 요로결석과 급성 신부전이다. 이들 질환이 발생하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멜라민 또는 유사체인 시아누릭산을 섭취하면 이 물질이 신장을 통해 결정 형태로 배설되기 때문이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신장내과 이상호 교수는 “소변을 통해 배설되는 멜라민 결정은 신장의 요농축 과정을 통해 농축된다”며 “이 농축된 멜라민 결정은 소변 내 옥살산칼슘 및 요산과 결합, 쉽게 결석을 만들기 때문에 요로결석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또 멜라민 결정이 신장의 원위세관과 집합관에 침착돼 세관의 손상을 유발, 급성 신부전이 발생하게 된다.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유기환 교수는 “중국에서 2세 미만 영아들이 분유를 먹고 문제가 생긴 것은 다른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분유만 먹는 시기인 데다 신장이 발달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독성물질이 들어갔을 때 악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풀이했다.

■과자 섭취 문제 없나

특정 성분을 장기간 섭취했을 때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양을 ‘내용 1일 섭취량(TDI)’이라고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멜라민의 TDI를 630㎍/㎏/day로, 유럽 식품안전청(EFSA)은 500㎍/㎏/day로 보고 있다.

더 엄격한 유럽 기준을 적용할 경우 어린이가 ‘미사랑 카스타드’ 8개 들이 한 통을 장기간 먹으면 위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국내 과자 중 멜라민이 137ppm 검출된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는 체중이 10㎏인 어린이가 매일 6개 이상 장기간 먹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신장기능에 문제가 있는 어린이나 다량을 먹는 경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 교수는 “과자에는 분유처럼 멜라민이 대량으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급성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멜라민 자체가 독성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므로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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