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IPTV “정부,장밋빛 전망 그만”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23 17:55

수정 2014.11.04 20:19



‘장밋빛’으로 포장된 인터넷TV(IPTV) 전망이 자칫 기업들에 과다한 초기 투자부담을 지워 오히려 IPTV산업을 부실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 정보기술(IT)산업을 책임질 것처럼 과대포장됐던 ‘IT839 정책’의 전철을 IPTV가 뒤따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IPTV 관련 투자와 방송사와의 협상 등에 모두 정부의 부풀려진 전망치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되면서 후유증이 불 보듯 뻔해지고 있기 때문. 따라서 지금이라도 정부가 IPTV 전망을 냉정히 재평가해 기업들이 투자 및 프로그램 조달비용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욕심 따라 투자하면 IPTV ‘허리 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IPTV가 앞으로 5년간 8조9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3만6000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또 IPTV사업자들은 5년간 4조5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소속된 방송통신 전문가급 국회의원들은 일제히 정부의 전망이 욕심만 앞세운 낙관적 전망이라고 지적한다.


KT 사장을 지낸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은 “지난해 말 국내 방송시장 전체 규모가 10조원인데 IPTV업체들이 정부 요구대로 투자하면 투자 원금만 회수하려 해도 방송시장의 절반을 독식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정보통신부 차관을 지낸 민주당 변재일 의원도 “사업 시작 10년이 넘은 케이블TV 업체들의 2006년 매출 총계가 1조8467억원에 불과한데 이제 막 시작하는 IPTV가 케이블TV 매출의 두배가 넘는 투자를 진행하면서 수익을 내기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IPTV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해 오던 해외시장 조사기관들도 최근 IPTV 가입가구 수 예측치를 절반으로 줄이고 있다”며 정부에 현실적 시장인식을 촉구했다. 더구나 최근 국내외 경기가 심각한 불황기로 들어서면서 이 같은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 모습이다.

■‘장밋빛’ 전망, 프로그램 공급비용도 늘려

IPTV의 ‘장밋빛’ 전망이 IPTV 프로그램 공급원가를 높이는 기초자료로 쓰이는 것도 큰 문제다. KBS·SBS와 프로그램 공급을 합의한 KT는 2개 방송사에 각각 수백억원의 프로그램 제작비용 지원펀드를 구성하기로 약속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MBC에도 비슷한 펀드를 만들 예정이어서 방송사 펀드비용만 800억원에 달한다. 여기다 가입자당 일정 금액의 수익배분은 별도로 협상해야 한다.


KT 한 관계자는 “초기부터 IPTV가 엄청난 수익을 가져올 사업이라고 알려지면서 프로그램을 공급할 업체들이 지나치게 높은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아직 프로그램 공급 합의를 못한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은 “KT와 비슷한 수준으로 프로그램 공급비용을 지급하면 사실상 IPTV사업을 하는 의미가 없게 된다”며 “사업을 해 수익을 내는 게 기업의 기본인데 지금 같은 협상은 수익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IPTV산업 전망을 제시하는 바람에 IPTV는 과다한 투자와 프로그램 원가비용을 짐으로 떠안게 된 셈. 이 때문에 지금이라도 정부가 현실적인 산업전망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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