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박문서 교수와 함께 하는 ‘귀건강 365일’] 약 한 알로 난청 예방?

조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1.05 17:15

수정 2009.01.05 17:15



환자들에게 가장 흔하게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청력이 좋아지는 약이 없느냐는 것이다. 모든 질병의 치유가 먹는 약을 통해서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우리 문화권의 공통된 정서이기도 하고 가장 간단하고 빠른 치료효과를 열망하는 환자들의 솔직한 심정이기도 하다.

약 한 알로 난청을 예방하는 문제는 의학자들이 예전부터 꿈꿔온 생각이고 실제로 이에 대한 연구도 줄을 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어려운 얘기다. 다만 예방에 유익하다고 생각되는 몇몇 성분들이 소개됐다. 1994년 이스라엘에서는 마그네슘 제제가 총소리로 인한 난청을 예방해줄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요즘은 비타민 C나 E같은 항산화제제가 거론되기도 한다. 시끄러운 소리는 귀의 신경이 모여있는 부분에 해로운 산소 분자들을 만들어내어 난청이 생긴다. 이 산소들을 중화시키는 항산화제제가 예방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론이다.

아세틸시스테인제제도 각광을 받는 항산화제 중 하나다. 적어도 동물실험에서는 청력 회복의 정도가 두드러졌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에게 확실히 증명된 바는 없다. 이는 실험을 위해서 사람의 귀를 일부러 난청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산화제는 예방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몇 년 전 핀란드 한 도시의 나이트 클럽 앞. 20여명의 청년들이 어두운 골목길에 모여들더니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약을 꺼내어 서로 나눠 먹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은 마약 계통의 약을 나누어 먹는 걸로 오해했지만 실은 소음에 의한 난청 치료를 실험하는 현장이었다. 그건 요란한 음악이 울려 퍼지는 나이트 클럽에 항산화제 계통의 약을 먹인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장시간 머물게 하고 나서 청력의 변화와 회복의 정도를 측정하는 다소 엽기적인 실험이었다. 그 결과 약을 먹은 사람들이 소음의 피해를 덜 입었고 회복의 정도도 더 빨랐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나이트 클럽의 매니저가 홀 안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눈치를 채고 음악의 볼륨을 살짝 줄이는 바람에 실험 결과의 신뢰도에는 문제가 있었다는 뒷얘기도 있다.

환자에 응용은 아직 안 되었지만 몇몇 연구소에서는 줄기세포가 청각 신경의 가장 중요한 부위인 달팽이관의 유모세포 안으로 자라 들어가게 하는 동물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것은 외부에서 청각세포를 환자 귀에 이식해주어 청력을 회복시킨다는 꿈의 치료법 개발에 첫발을 내딛는 작업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21세기 초 난청에 관한 의료의 현실은 다른 질병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약 한 알로 치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뻔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평소 적당한 운동과 함께 영양을 섭취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여 심신의 컨디션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청력의 손실을 늦추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물론 너무 큰 주변의 소음을 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