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격돌 앞둔 KT-SKT,새수장 경영 색깔은?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1.15 23:45

수정 2009.01.15 22:57

국내 통신업계를 대표하는 KT와 SK텔레콤이 나란히 사령탑을 교체하고 쇄신경영에 본격 돌입했다. 워낙 첨예하게 맞서는 관계라 새 수장들이 어떻게 경영을 펼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강한 추진력을 인정받는 인물이어서 이들의 경영 색깔에 따라 통신시장의 지형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석채 KT 사장은 고위관료 경력을 통해 쌓은 인맥과 탁월한 추진력을 앞세워 공격성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KTF와 성공적인 합병, 잃어버린 성장동력 회복 등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격경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관료경험보다는 SK그룹 내에서 성공적으로 기업을 이끈 성과가 주목되는 인물. 그룹 색깔과 경기상황을 면밀히 살펴 실속을 챙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석채 KT사장, ‘속도’ ‘카리스마’ 앞세울듯

이석채 사장은 후보로 추천된 뒤 바로 경영인수추진팀을 만들어 40여일간 KT에 대한 분석을 마치고 지난 14일 주주총회에서 사장에 선임되자마다 대규모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 15일에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방통위 고위 관계자들을 방문해 인사를 나눴다. 과거 정보통신부 장관 재직 시절 함께 일했던 직원이기도 한 방통위 임원들이 ‘돌아온 장관님’ 대접에 각별히 신경을 쓸 정도로 이 사장은 첫날부터 강한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업계는 ‘이석채호(號)’ KT가 공세적으로 일대 전환할 것으로 내다본다. 지금까지는 이동전화업계의 공세를 방어하는 입장이었다. 1차적으로 KTF를 합병해 이동전화시장에 대한 공세에 나서는 게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국책과제 수준으로 위상이 높아진 인터넷TV(IPTV)를 앞세워 방송시장에도 공세를 펼 전망이다. KT의 한 임원은 “새 사장의 경영 속도를 따라가기가 숨이 찰 정도”라며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형편”이라고 이 사장의 ‘속도경영’에 혀를 내둘렀다.

인사 역시 공격형. 그동안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했던 KTF, KTH 등 자회사와 SK텔레콤, 하나로텔레콤, 네오웨이브 등에서 근무했던 외부 인력을 대거 중용해 ‘능력을 보이라’고 요구한 것. 이를 통해 KT 내부에 있던 임원들에게도 경쟁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만원 SKT 사장은 ‘실속형 성장정책’

정만원 사장은 새해 첫날 직원들에게 “최대한 많은 사업을 만들어라, 시장은 세계다”라고 화두를 던졌다. 정 사장은 이미 위기에 빠진 SK네트웍스를 4년 만에 워크아웃에서 졸업시킬 정도로 탁월한 경영능력을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직접적인 공격경영보다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SK텔레콤의 실속있는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KT가 이동전화와 방송통신 융합에서 공격태세를 취하는 데다 경기불황이 겹친 상황이어서 정 사장은 KT와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사업 측면에서 실속을 챙기는 성장전략을 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사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도 직접 색깔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룹 차원의 안정지향적 인사를 그대로 수용한 평이한 인사를 했다. 기업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올해는 SK텔레콤의 색깔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불황에 시장도 어려운데 SK텔레콤은 KT와의 무리한 정면대결을 피하고 성장동력 찾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정 사장의 경영 색깔은 무선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컨버전스 시장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아 국내외에서 수익을 올리는 과정에서 제대로 드러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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