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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합병싸움’ 부추기는 방통위?/이구순기자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1.21 17:25

수정 2009.01.21 17:25



통신업계에 전쟁이 시작됐다.

KT가 KTF를 합병해 IT산업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고 선언하자 SK텔레콤을 비롯해 LG그룹 통신3형제와 케이블TV 업계가 일제히 시장독점 걱정을 앞세워 합병을 반대하는 논리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논리전은 과거 통신업계의 어떤 인수합병(M&A)보다 치열하고 지독하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정식 취임도 하지 않은 신분에서 경쟁회사의 합병을 반대한다는 말로 공식석상에 데뷔했을 정도다.

치열한 논리전의 배경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부적절한(?) 처신이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방통위 고위관계자들이 여기저기서 “민간기업의 합병에 정부가 굳이 반대할 이유가 있느냐”거나 “세계경제와 통신시장이 어려운데 합병으로 새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기업에 까다로운 인가조건을 붙이기 곤란하다”는 말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방통위는 KT-KTF의 합병이 통신시장 경쟁을 가로막을 걱정이 없는지 면밀히 심사해야 하는 정부 주무부처다. 또 합병을 한 뒤에는 정말 경쟁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일은 없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규제기관이다.

방송통신업계는 방통위가 합병신청서를 보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어주는 듯한 태도를 보이니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고 논리전이 치열해지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러다 보니 합병을 둘러싼 논리전은 소비자 후생과 통신시장 성장에 관한 건전한 토론보다 업체들의 밥그릇 지키기 소모전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렇게 되면 방통위도 건전한 시장의 목소리를 듣기 어렵고 합병심사에서 신중한 판단을 했다는 평가는 더더욱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얼마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대규모 전쟁이 있었다. 가자지구 민간인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본 전쟁의 뒷면에는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의 편을 들어준 미국이 있었다.
국제사회는 미국이 편파적 입장만 취하지 않았더라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대규모 전쟁은 피했을 것이라며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보다 전쟁을 부채질한 미국의 죄가 더 크다는 것이다.


국내 통신업계의 지형을 바꿀 중요한 합병을 앞두고 방통위가 공정성을 찾았으면 한다.

/cafe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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